지난 10일 오후 대구 달서구 테마파크 이월드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참여 캠페인에 참여한 선관위 마스코트가 어린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선거 유세 현장에서 특정 후보를 비판하는 문구가 적힌 인쇄물을 들고 있다고 해서 모두 공직선거법 위반은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조순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지난달 29일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
2023년 공직선거법 개정…쟁점은 ‘크기’
A씨는 대선을 앞둔 지난해 6월 1일 저녁 서울역광장에서 개최된 B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22대 국회는 혐오 선동 B 즉각 징계·제명하라!’는 인쇄물을 들고 약 40분간 서 있었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인쇄물은 가로 24㎝, 세로 21㎝로 A4용지보다 약간 작은 크기였다.
검사는 A씨가 공직선거법 93조 1항을 위반했다고 보고 A씨를 기소했다. 공직선거법 93조 1항은 “누구든지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선거일 전 120일부터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내용의
인쇄물을 게시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A씨가 무죄라고 봤다. 공직선거법에 대한 2022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를 고려했다.
앞서 헌재는 2022년 7월 선거 기간 소품 사용을 제한한 공직선거법 68조 2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해당 조항은 “누구든지 후보자 등을 제외하고는 선거운동기간 중 어깨띠, 모양과 색상이 동일한 모자나 옷, 표찰·수기·마스코트·소품, 그 밖의 표시물을 사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라고 돼 있었다.
헌재는 이 조항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봤다. 헌재 결정에 따라 이듬해 공직선거법 68조 2항은 “선거운동기간 중 규칙으로 정하는
규격 범위의 소형의 소품 등을 본인의 부담으로 제작 또는 구입해 몸에 붙이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규칙상 ‘소품’의 규격은 길이·너비·높이 25cm 이내의 물건으로 정했다.
━
법이 금지하는 ‘인쇄물’인 동시에 허용하는 ‘소품’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이 위치한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중앙포토
재판부는 이러한 법 개정 취지에 비춰 보면 A씨가 든 인쇄물은 법이 허용하는 ‘소품’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서 금지하는 ‘인쇄물’이 68조 1항에서 허용하는 ‘소형의 소품’에도 해당할 경우, 처벌 범위에서 제외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A씨가 들고 있었던 가로 24㎝ 길이의 종이는 ‘인쇄물’이긴 하지만, 별도로 허용 대상으로 규정된 ‘소품’이기도 하므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봐야 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서 “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않은 게시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의 다른 규정에 따라 허용되는 게시 행위에 해당한다면 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만약 소품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68조 2항에 따라 허용되는지와는 관계없이 여전히 93조 1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본다면, 헌재에서 지적하는 위헌성이 해소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법원 관계자는 “해당 판결은 법 개정으로 일반 유권자도 규정된 범위 내 소품을 이용해 특정 후보자의 선거운동이 가능하다는 취지”라며 “지방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법리적으로 유의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