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호르무즈 해협의 HMM 선박 나무(NAMU)호 피격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는 11일에도 공격 주체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공격 자체에 대해선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다. 규탄 메시지는 분명히 하되, 배후가 100%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교적 파장을 키우진 않겠다는 취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1일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열고 “보다 정확한 (나무호 공격) 비행체 관련 정보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우리는 추가 조사를 통해 공격의 주체, 정확한 기종, 물리적 크기 등을 식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전날 외교부도 나무호 폭발·화재 원인을 ‘미상의 비행체에 의한 외부 타격’이라고만 밝혔다.
청와대는 공격의 주체가 이란으로 단정하는 것을 경계했다. 고위 관계자는 “이란이 관련 있는지는 현재로선 미지의 영역”이라고 했다. 전날 외교부가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부른 것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외교부에서 이란 대사와 만나는 포맷(방식)은 초치가 아닌 거로 이해한다”고 강조했다. ‘초치’는 항의하기 위해 상대국 대사 등을 부르는 것으로 책임을 묻는다는 의미가 있다.
외교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HMM 나무호의 폭발 화재 사고가 정체불명 비행체의 외부 공격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7m크기로 파손된 나무호 선미 모습. 사진 외교부
정부가 최근까지도 피격이라고 단정하지 않은 배경도 청와대는 설명했다. 청와대는 지난 6일 “피격이 확실치 않다”고 했는데, 당시까지만 해도 선박에 난 파공(破空)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배가 기울어지지 않았다는 현장 보고도 있었다고 한다. 다만 외부 충격은 있었다는 보고는 있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 유보하고 정밀 조사 후에 판단하는 게 바르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박에 있던 폐쇄회로(CC)TV로 피격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우리에게 CCTV 공유된 시점은 좀 나중”이었다고 했다. 독립 기관인 해양안전심판원이 CCTV를 확보하고, 보안 조치를 한 뒤에 공유했다는 것이다.
위 실장은 “우리 정부는 HMM 나무호 등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은 정당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으로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를 포함한 모든 선박의 안전 보장 및 자유로운 통항을 위해 국제 사회의 관련 노력에 지속해서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표현은 기존 정부 입장보다는 한 발 나간 것이다. 정부는 미국 주도 연합체인 해양자유구상(MFC)이나 영국·프랑스 주도의 다국적군 참여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었다.
HMM 나무호 미상 비행체 외부 타격 위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외교부]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존 입장 그대로”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협을 자유롭고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모든 노력에 참여하는 문제를 검토한다는 정도”라며 “이번 건으로 어떤 레짐(regime·규범)에 근접한다, 안 한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명백한 공격 정황이 있는데도 정부는 이를 분명히 규정하지 못한 채 대응의 골든타임을 흘려보냈다”며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를 열어 정부 대응 문제를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교부가 나무호 CCTV에서 공격 비행체 2대를 확인하고도 정부가 피격을 부인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정부가 은폐하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앞서 “때린 놈이 자백하는데도 맞은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라며 “CCTV 영상까지 확인하고도 미상의 비행체라고 한 건 외계인 UFO 공격이라도 있었다는 건가”라고 물었다.
국민의힘 국회 외교통일·국방위원회 위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나무호 피격 정부 대응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외통위 여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정부가 조만간 미상 비행체 기종과 주체를 특정하기 위한 조사를 면밀하게 한다고 해 특정되는 대로 바로 상임위를 개최하는 게 좋겠다고 (국민의힘에) 의견을 드렸다”며 “19∼20일쯤 회의를 개최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