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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방통행 불사한다는 국회의장 후보들 자격 없다

중앙일보

2026.05.11 08:24 2026.05.1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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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식(왼쪽부터)·김태년·박지원 의원이 국회의장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정식(왼쪽부터)·김태년·박지원 의원이 국회의장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향후 2년 동안 제22대 국회 후반기를 이끌어갈 국회의장 후보 자리에 더불어민주당 조정식(6선), 박지원(5선), 김태년(5선) 의원이 도전장을 냈다. 당 소속 의원 투표로 국회의장 후보를 뽑아 온 민주당은 이번부터 의원 투표 비율을 80%로 줄이고, 당원 투표를 20% 반영한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만큼 민주당 경선에서 이기면 사실상 국회의장이 된다. 어제부터 당원 투표가 실시 중인데, 세 후보 모두 이재명 정부 지원을 앞세우느라 중립적 국회 운영이나 야당과의 협치는 뒷전이다. 강성 당원의 구미에 맞추려고 국회의장의 직분을 망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지내고 대통령 정무특보를 역임한 조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의장은 중립이지만 여당 출신 의장으로서 정부와 손발을 맞춰야 한다”며 입법 과정의 협치보다 속도가 중요하다고 했다. 박 의원 역시 “야당이 위원장인 상임위가 회의를 안 열어 법안 통과가 안 된다”며 협치가 안 되면 단호하게 책임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21대 국회 원내대표로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맡는 과정을 주도했던 김 의원 등은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박 의원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규정까지 바꿔 국회의장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장은 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당적을 가질 수 없다.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성과 국회의 공정한 운영을 보장하려는 취지다. 2002년 국회법 개정 때도 이 조항 신설 이유를 “의장의 중립성을 보장하고 국회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었다. 과거 국회의장이 권한을 편파적으로 사용하면서 국회가 파행하거나 헌정 질서가 흔들린 경험을 반영한 것이었다. 지금 정치권의 대립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그런데도 국회의장을 맡겠다는 다선 의원들이 여당의 선봉대 역할을 자임하고 있어 개탄스럽다. 의장 후보들은 저마다 개헌안 처리를 공약하고 있지만, 타협이 사라진 국회에서 쟁점이 크지 않은 개헌안도 무산되는 것을 보지 않았나. 여야 간 갈등을 끈기 있게 중재하기는커녕 정파적으로 국회를 끌고 가겠다고 공언하는 이들이라면 국회의 수장이 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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