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상승이 파죽지세다. 연초 430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가 어느새 8000선마저 눈앞에 두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촉발한 반도체 수퍼사이클이란 호재 때문이라 하더라도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어제 증시 점검에 나선 금융감독원은 “추가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고 유동성도 풍부하다”면서도 “단기매매와 빚투는 주가 하락 시 손실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신용융자가 시가총액 대비로는 0.58%에 그쳐 관리 가능 수준이지만, 변동성도 높아지고 있다면서다. 실제로 지금 증시는 곳곳에서 과열 신호가 켜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빚투’와 공매도 대기 물량 급증이다. 신용융자 잔고는 최근 36조원 안팎까지 불어났다. 반면에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약 28조원에 이르고, 공매도의 선행지표인 대차거래 잔고는 180조원까지 늘었다. 사상 초유의 ‘롱-숏(상승 대 하락) 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로 측정하는 버핏지수는 200%를 훌쩍 넘어 미국과 유사한 수준이 됐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의 기준으로 봐도 위험 구간에 들어섰다.
또 하나의 과열 신호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광풍이다.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ETF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의 회전율은 70%까지 치솟았다. 투자자들이 하루에도 수차례 초단기 매매를 반복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다 정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까지 조만간 허용한다. 과열 장세에 기름을 붓는 꼴인 만큼 지금은 출시할 때가 아니다. 버핏은 최근 세계 증시에 대해 “도박 열풍이 정점에 달했다”고 경고했다. 최근 1년 사이 세 배 가까이 상승한 한국 증시는 두말할 것도 없이 과열 양상이다.
큰 걱정거리는 국민연금이다. 최근 증시 급등으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목표 한도를 10%포인트 이상 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이 자산 재조정에 나설 경우 증시에 악재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의 리스크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꺾이고 증시가 급락할 경우엔 국민 노후자금까지 불안하게 만들 우려도 있다. 당장의 주가 급등에 환호하기보다 위험 관리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