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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먹고 K메이크업 하다가…K직장인 눌러앉았다

중앙일보

2026.05.11 13:00 2026.05.1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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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은 한국의 정체성이 살아있는 K푸드를 원해요. 외국 현지 입맛에 맞추는 건 ‘플러스 알파’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동원홈푸드 브랜드전략실에서 근무하는 인도인 드비야 가쥴라(28) 주임은 회의 시간마다 유창한 한국어로 의견을 낸다. 점심시간엔 동료들과 비빔밥 같은 한식을 즐겨 먹고, 주말이면 맛집·카페 등을 찾아다니며 한국의 맛과 문화를 탐방한다.

K푸드·K뷰티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K기업의 문을 두드리는 외국인 인재들도 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중요성이 커진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외국인 채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화장품 수출액은 31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 늘었고, 농수산식품 수출액(31억1000만 달러)도 7.4% 늘었다. 외국인 직원들이 이런 수출 성장의 ‘숨은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동원홈푸드 브랜드전략실에서 근무하는 인도인 드비야 가쥴라. 사진 동원그룹

동원홈푸드 브랜드전략실에서 근무하는 인도인 드비야 가쥴라. 사진 동원그룹

가쥴라는 인도에서 태어나고 대학까지 졸업했다. 그의 인생을 바꾼 건 2018년 한국 여행이었다. 그는 “깨끗한 도시와 친절한 사람들, K푸드와 K팝에 매료돼 한국에서 일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으로 유학 와 성균관대 MBA(경영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2024년 동원그룹에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그는 지난해 저당·저칼로리 소스 브랜드 ‘비비드키친’의 미국 아마존 진출 프로젝트를 주도했고, 올 초 아마존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600% 이상 급증했다. 현재는 동남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와 중동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가쥴라는 “인도·동남아시아·중동 시장 역시 K푸드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동원그룹 관계자는 “대졸 신입 공채와 별도로 외국인 직원 채용 전형을 운영 중인데, 2024년부터 해마다 지원자가 크게 늘고 있다”며 “글로벌 사업 확대에 맞춰 올해는 더욱 다양한 국적의 인재를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농심에 입사한 인도인 도발 팔라비(25)는 글로벌마케팅부에서 해외 소비자들의 선호와 트렌드를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는 인도 내 한국 기업에서 근무할 당시 ‘K직장 문화’가 자신과 잘 맞는다고 느껴 한국행을 택했다.

농심에서 근무 중인 인도인 도발 팔라비. 사진 농심

농심에서 근무 중인 인도인 도발 팔라비. 사진 농심

팔라비는 “끈끈한 동기·선후배 문화와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 덕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며 “K푸드가 마니아층을 넘어 세계인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음식이 되도록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에서 해외 영업을 담당하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사르도르 굴로모브(31)는 학창 시절 가족과 함께 한국에 왔다. 그는 “중앙아시아처럼 K푸드 확산 초기 단계인 나라들에서도 K푸드가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 잡게 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CJ제일제당에서 근무 중인 우즈베키스탄 출신 사르도르 굴로모브. 사진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에서 근무 중인 우즈베키스탄 출신 사르도르 굴로모브. 사진 CJ제일제당

아모레퍼시픽에 지난해 1월 입사한 이탈리아인인 포나리 일라리아(29)는 라네즈의 유럽·미국 유통 채널 진출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유럽 소비자들의 선호와 실제로 많이 사용하는 주요 유통 채널 정보를 조직에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K뷰티에 눈을 뜬 건 2013년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왔을 때다. 그는 “당시만 해도 유럽에서 K뷰티 인지도가 높지 않았는데, K뷰티만의 다양성과 혁신성에 놀랐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젠 유럽 대부분의 사람들이 ‘Korean glass skin(촉촉하고 윤기 나는 한국식 피부 표현)’을 알 정도로 위상이 높아져 유럽에 갈 때마다 주변에서 K뷰티 제품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한다”며 웃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근무하는 이탈리아인인 포나리 일라리아. 사진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에서 근무하는 이탈리아인인 포나리 일라리아. 사진 아모레퍼시픽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는 “국내 주요 4년제 대학 한 곳에만 매년 수천 명의 외국인 학생이 입학하고 있다”며 “한국 문화와 자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들을 해외 마케팅 전면에 배치하면 글로벌 진출 효과는 물론, ‘한국은 학업과 취업이 연계되는 다양하고 포용적인 국가’라는 긍정적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선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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