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와 재선거 격전지 곳곳에서 ‘진영 1위’ 싸움이 치열하게 불붙고 있다.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출마한 부산 북갑과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가 뛰고 있는 평택을 재선거 외에도 조응천 개혁신당 후보가 출사표를 낸 경기지사 선거, 여권 단일화 문제가 꼬여가고 있는 울산시장 선거 등에서 범여·범야 내부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연일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모습이다. 단일화 압박 속에서 다자 구도가 만들어낸 ‘내부의 적’을 우선 공략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히 과거 행적을 파헤치는 ‘파묘(破墓)’ 전략이 곳곳에서 도드라진다. 조국 후보는 김용남 후보의 과거 발언을 정조준하고 있다. “세월호 특조위가 국민 세금만 낭비하고 있다”(2015년), “참사 포르노를 그만하라”(2022년) 등 김 후보의 과거 발언이 타깃이다. 신장식 혁신당 의원은 11일 “우리가 종북 세력이냐.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참사 포르노냐”고 김 후보를 비판하며 관련 영상을 공유했다. 조 후보도 이날 YTN에 출연해 “심각한 발언을 했는데 왜 사과를 거부하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김 후보를 직격했다.
김 후보는 결국 “유가족분들의 가슴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길지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혁신당은 “이태원 참사 유족들에 대해서는 끝내 사과 내용에 담지 않았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김 후보와 민주당 역시 반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지혜 민주당 대변인이 10일 “민주당의 후보가 아님에도 가장 민주당스러운 후보를 자처하고, 민주개혁 진영의 승리를 외치지만 정작 민주당 후보를 향해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자기모순”이라고 논평했다. 김 후보와 캠프 뿐 아니라 당 차원에서도 조 후보를 겨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 경기도당 역시 11일 “민주진영을 흔드는 정치적 자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조 후보에게 경고했다.
조응천 개혁신당 경지지사 후보는 지난 10일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가 추미애 민주당 후보의 어깨를 주무르는 과거 사진을 공개했다. 페이스북 캡쳐
3자 구도가 완성된 경기지사 선거전에서도 조응천 개혁신당 후보가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파묘 공세를 펴고 있다. 조 후보는 양 후보가 민주당 최고위원이었던 2017년 당시 당 대표였던 추미애 민주당 후보의 어깨를 주무르는 사진을 공개하며 “양 후보는 추 후보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10일 SNS에 썼다. “추 후보에 대한 조응천과 양향자의 과거 태도를 비교해보면 결론이 난다. 조응천이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추미애 법무장관의 그릇된 언행을 지적한 사람”이라는 게 조 후보의 주장이다.
이에 양 후보는 11일 BBS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제가 민주당 출신이라는 걸 비판하는 말씀일 것”이라며 “부메랑이 되는 자충수”라고 맞받았다. 조 후보 역시 20·21대 국회 때 민주당 소속 의원이었단 점을 비판한 것이다.
10일 국민의힘 부산 북갑 박민식 후보와 무소속 부산 북갑 한동훈 후보가 개소식을 열었다. 뉴스1
이런 가운데 부산 북갑에선 보수 1위를 향한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와 한동훈 무소속 후보 사이 난타전이 한창이다. 박 후보가 11일 MBC 시선집중에 나와 한 후보를 향해 “‘곧 청와대로 갈 거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 당장 사람들이 ‘그럼 여기 왜 나왔나’ ‘한 달 동안 어떻게 비전을 세우고 어떻게 실천해 나갈 건데’ 이렇게 (반응한다)”고 공세를 폈다. 박 후보는 한 후보가 최근 후원회장으로 위촉한 정형근 전 의원을 두고 “북구 주민들의 정치의식 수준을 구태스럽게 과거로 회귀시켜서는 안 된다”라고도 했다.
이에 한 후보는 “박민식을 찍는 것은 장동혁을 찍는 것”이라며 “박민식을 찍으면 장동혁의 당권이 연장되고, 보수재건이 불가능해진다”고 맞받았다.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한 말인데, 이날 박 후보가 “탄핵 반대한 사람들을 반민주 세력이라고 하는 태도는 상당히 과하다”고 말한 대목을 비판한 것이다. 다만 한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세상에 절대 안 되는 것은 없다”고 했다.
울산시장 선거에선 김상욱 민주당 후보와 김종훈 진보당 후보 간 내부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김상욱 후보가 1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내가 듣기로는 다음 주 화요일 정도에 진보당이 단일화 파기 선언을 한다고 들었다”고 말하자, 김종훈 진보당 후보 측은 11일 “상호 오해와 불신을 키우는 언행에 신중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단일화가 어려운 다자구도의 필연적 풍경”으로 해석한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 초반 진영 내 차별성을 부각해 집토끼를 먼저 잡아야 한다는 판단에서 네거티브가 과열되는 것”이라며 “선거가 중후반으로 갈수록 진영 1위는 상대 진영으로 자연스럽게 공격점을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