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을 맞은 교황 레오 14세. 최근 대외 활동과 국제무대 일정을 늘리며 취임 이후 메시지인 평화와 인간 존엄을 현장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황 레오 14세가 8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교황은 최근 들어 대외 활동과 국제무대 일정을 크게 늘리며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황은 최근 아프리카 4개국 순방을 마치면서 전쟁과 독재 체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교황은 취임 초기 약 10개월 동안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에 반대 입장을 밝힌 이후 적극적인 발언과 행동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을 받았다.
교황은 이달 안에 첫 심층 교리 문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는 6월에는 스페인을 일주일 일정으로 방문할 계획이다. 또 7월에는 다섯 차례에 걸쳐 이탈리아 국내 순방에 나설 예정이다. 교리 문서의 테마는 '현대 사회의 갈등 치유와 보편적 형제애'와 '이주민에 대한 환대'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교리 문서로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고 해외와 국내 순방 현장에서 이를 실천하고 확인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6월에 방문할 스페인의 카나리아 제도는 아프리카 이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 유럽으로 오는 '이주의 최전선'으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 순방에서 드러난 교황의 강경한 어조와 속도감 있는 행보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교황의 이런 행보는 현재 전 세계 지도자들의 방향성에 대해 교황청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분석하기도 한다.
교황의 측근으로 알려진 워싱턴 대교구의 로버트 맥엘로이 추기경은 "교황은 평화와 인간 존엄 보호의 필요성을 외치는 세계 공동체의 가장 분명한 목소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예수의 삶을 담은 복음서의 가르침을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에 더욱 구체적으로 적용하려는 의지를 점점 더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취임 초기 몇 달 동안 교황 레오 14세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안에 거리를 뒀다. 그러다 지난해 9월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 정책을 비판하기 시작했고 보수적인 미국 가톨릭계의 반발을 불렀다. 이후 이란 전쟁을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을 "약하다", "형편없다"고 비난했다.
교황은 지난 4월 10일간의 아프리카 순방에서 세계 최상위 부유층의 이해관계가 평화를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교황은 또 신식민주의적 성격을 가진 강대국들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세계가 "소수의 폭군들에 의해 황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중에 교황은 기자들에게 당시 연설문을 순방 몇 주 전에 작성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이탈리아 순방 마지막 날인 7월 4일 람페두사 섬을 방문한다. 시칠리아 남쪽에 있는 람페두사는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험난한 난민 항로의 첫 기착지다. 특히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일인 7월 4일에 맞춰 람페두사를 방문하는 일정에 국제사회는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은 이민을 허용하면서 문명적 소멸 위기에 있다고 주장한 것과 연관 짓는 이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교황의 최근 행보를 취임 메시지의 연장선으로 보기도 한다. 지난해 5월 8일 선출된 교황은 레오 14세라는 이름을 택한 뒤 대중과 첫 대면에서 부활한 예수가 제자들에게 건넨 첫 마디인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를 메시지로 전했다.
세계 가톨릭 연구자들은 평화와 인간 존엄이라는 두 가지 주제가 교황 레오 14세의 첫해를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분석한다. 올해 1월 1일 열린 제59차 세계 평화의 날 연설에서 교황은 에페소서 구절인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를 인용해 세상이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평화"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군사력에 기반한 평화와 사랑에 기반한 평화를 대비시키며 "무장하지 않은 그리고 무장을 해제하는 평화, 겸손하고 끈질긴 평화"를 촉구했다.
가톨릭교회에는 전쟁을 윤리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는 '정당한 전쟁론' 전통이 있다. JD 밴스 부통령은 교황이 이 전통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톨릭교회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 전쟁이 지나치게 파괴적이라는 이유로 일관되게 전쟁에 반대했다.
교황은 특히 인간 존엄 문제에 있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을 직접적으로 계승하면서 이를 국제 위기 상황에 더욱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사람들을 무시하는 '버리는 문화'를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4일 발표한 교황 권고문 '딜렉시 테(Dilexi Te?나는 너를 사랑했다)'에서 교황은 "거부당한 모든 이주민 안에는 공동체의 문을 두드리는 그리스도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아프리카 방문 이후에는 난민과 이주민들이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이나 동물보다 더 나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교황이 새롭게 주목하는 문제는 인공지능(AI)과 기술 발전이 평화와 인간 존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교황은 인간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술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술이 인간의 책임감과 사람들 사이의 진정한 친밀감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손쉬운 동의와 손쉬운 분노의 거품"을 만들어 진정성 있는 대화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