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인 식품기업 칼비(カルビー)가 과자 포장 디자인을 기존 컬러에서 흑백 중심으로 바꾼다. 대상 상품은 포테이토칩스 ‘우스시오맛’과 ‘콘소메펀치’, ‘갓파에비센’ 등 모두 14개 주요 제품이다. 후지TV 캡쳐
일본의 대표적 식품기업 칼비(カルビー)가 과자 포장 디자인을 기존 컬러에서 흑백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11일 후지TV가 보도했다.
포테이토칩스와 우스시오 등 14개 제품으로, 변경된 포장은 오는 25일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6월 새로 출시하기로 했던 포테이토칩스 ‘사워크림’은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칼비가 이 같은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이란발 정세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나프타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인쇄 잉크 조달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프타는 원유에서 추출되는 석유화학 기초 원료로 플라스틱·필름·인쇄 잉크 등 포장재 전반에 쓰인다.
이 충격은 식품·음료 제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29일 한 음료 제조업체가 자사 상품은 물론 위탁 생산을 맡고 있는 대형 소매 브랜드의 유산균 음료 15개 제품에 대해 패키지 용기 인쇄 자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상품명과 원재료명조차 표기되지 않은 채 출하된다는 뜻이다. 이 회사 간부는 “손으로 스티커를 붙이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대량 생산 라인에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푸딩 제조사는 용기 부족이 더 심화될 경우 판매 중단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역시 나프타가 주요 원료다.
가격 인상도 잇따르고 있다.
미쓰비시케미컬은 햄·소시지 등의 진공포장에 쓰이는 식품 포장용 다층 필름 ‘다이아미론’을 지난달 21일 출하분부터 20% 넘게 인상했다. 페트병 라벨용 필름 가격도 11일 출하분부터 올렸다.
DIC그래픽스는 식품 포장용 잉크와 제관용 도료 가격을 30% 이상 올렸다. 인쇄잉크 대기업 아티엔스 역시 식품 포장 및 종이 식기용 내수성 잉크 등의 가격을 20% 이상 인상하기로 했다.
한편 일본의 식품·음료 제조사와 음식점 등 712개 기업·단체로 구성된 국민생활산업·소비자단체연합회(생단련)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긴급 기업조사 결과는 일본 시장에서 느끼는 위기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프타 부족이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이미 발생하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44%에 달했으며 “3개월 이내에 영향이 나올 것”이라는 응답도 31%였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의 사업 충격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의 25%가 “사업 계속에 중대한 영향” 또는 “실적·운영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답해, 일본 식품업계 전반이 심각한 타격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도 긴급 대응에 나서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호르무즈해협을 경유하지 않는 대체 루트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NHK는 11일 ENEOS홀딩스가 조달한 아제르바이잔산 원유가 12일경 요코하마 정유소로 반입된다고 보도했다.
앞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는 지난달 5일 본인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이미 조달한 수입 나프타와 국내 정제분 2개월치, 그리고 나프타로 만들어지는 중간 화학 제품 재고 2개월치를 합쳐 적어도 국내 수요 4개월분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와 TBS 등 일본 언론들은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우려를 잇달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