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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위기가구 동의 없어도 금융조회”...복지 신청주의 개선 추진

중앙일보

2026.05.1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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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3월 울주군청에서 열린 위기가구 발굴·연계 지원을 위한 관계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3월 울주군청에서 열린 위기가구 발굴·연계 지원을 위한 관계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정부가 당사자가 신청을 하지 않아도 국가가 먼저 찾아가 지원하는 ‘적극적 복지’를 추진한다. 신청주의 복지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위기 상황 시 당사자 동의 없이도 금융자산을 조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다는 계획이다. 다만 개인정보 침해 등의 논란도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위기가구 지원을 위한 복지안전매트 강화 방안’을 보고했다. 위기가구가 신청해야 지급되는 ‘수동적 복지’에서 선제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적극적 복지’로 전환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복지 신청주의 개선은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한 사항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대통령실 주최 간담회에서 “신청주의는 매우 잔인한 제도 아닌가. 신청을 안 했다고 안 주니까 지원을 못 받아서 (사람이) 죽고 그러는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복지 지원금 대상자에게 자동으로 지급하도록 원칙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10일 김문식 복지부 보건행정지원관은 사전설명회에서 “직권신청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재산 조사 장벽을 완화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도 지자체 공무원은 직권신청이 가능하나, 금융실명법 및 사회보장급여법에 따라 금융정보 제공 시 원칙적으로 본인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으로는 일정한 위기 상황에선 동의 없이도 금융재산 조사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신청하지 않아도 복지를 연결하는 체계’다. 기존 복지 시스템이 신청주의에 기반하다 보니, 실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신청을 거부하거나 절차를 밟지 않으면 지원이 끊기는 문제가 반복됐다는 판단이 나온다. 특히 최근 울주군 일가족 사망 사건처럼 위기 징후가 여러 차례 포착됐음에도 최종적으로 기초생활보장 신청이 이뤄지지 않아 지원이 무산된 사례를 계기로 제도 개편 필요성이 커졌다.

긴급복지 지원 이후에도 위기 상황이 계속되는데 당사자가 금융정보 동의 절차에 응하지 않을 경우, 우선 일반재산만 조사해 생계급여를 선지급하고 이후 금융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사후적으로 지급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현장 공무원에 대한 환수 책임을 면제한다.


복지부는 앞으로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한부모가족지원법 등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보건행정지원관은 “어떤 경우에 동의 없는 직권신청이 가능한지 대상 범위와 기준, 담당 공무원의 면책 범위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가가 개인 금융정보를 사전 동의 없이 들여다보는 선례가 만들어질 경우, 향후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재산 정보엔 개인의 소비·저축·자산 상태를 포괄적으로 확인하는 민감한 정보가 담겨있다. 직권주의 확대가 ‘복지 낙인을 강화하고 수급자의 권리 의식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복지부는 “모든 복지 제도를 직권주의로 전환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 그었다. 김 보건행정지원관은 “아동·미성년자·발달장애인처럼 스스로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위기가구를 중심으로 예외적 상황에 한해 적용하는 것”이라며 “국민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남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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