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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집 女주인 겁탈 후 죽였다…‘아홉 손가락’ 운동권 충격 정체

중앙일보

2026.05.12 00:03 2026.05.12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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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베테랑-끝까지 잡는다
“전국 베테랑 형사들이 직접 꺼낸 단 하나의 ‘크라임 신’”

중앙일보와 경찰청이 협업해 사건 해결의 결정적 장면을 베테랑 형사들의 시선으로 기록합니다. 영화나 소설처럼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형사들의 증언을 통해 재구성한 순도 100% 진짜 사건. 작은 티끌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베테랑들의 집념과 생생한 추적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이 기사는 임병순 형사의 구술을 재구성해 작성했습니다.


※본 기사에 등장하는 상호는 사건 재구성을 위해 실제 사건과 관련 없는 가명을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형사계 사무실 전화가 이른 아침부터 요란하게 울렸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건, 짧은 두 마디와 처절한 울음소리였다.

“저, 저희 엄마가…”

목소리는 성인 남성의 것이었지만, 마치 길을 잃은 아이처럼 엄마를 부르짖으며 서럽게 울부짖었다. 무슨 큰일이 터진 게 분명했다. 임 경사와 이 경장은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즉시 수첩을 챙겨 들고 일어서 문을 박차고 나섰다.

“이 경장, 거기 어디라고 했냐?”
“문흥동이랍니다. 문흥동! 애인호프요!”

잠시 후 현장에 도착한 임 경사는 다급히 ‘애인호프’ 간판을 확인하고, 곧바로 문을 열었다. 가게 안 풍경은 처참했다. 피비린내가 좁은 가게 안을 가득 채웠다. 손을 뻗으면 만져질 듯, 진득한 피냄새였다. 신고자는 실신 직전인 상태로 멍하게 앉아 있었다. 그의 뒤로 보이는 바닥은 온통 붉은색이었다. 피를 얼마나 쏟았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사건 관련 일러스트. 중앙포토

사건 관련 일러스트. 중앙포토


임 경사는 피가 웅덩이를 이룬 곳에서부터, 핏줄기가 시작된 한 테이블 옆 지점까지 천천히 시선을 옮겨갔다. 그곳엔 한 여성이 있었다. 호프집 사장이자 신고자의 어머니, 박모씨였다.

박씨의 옷은 모두 벗겨져 있었다. 목엔 기다란 상처 여러 개가 선명했다. 직접 손을 갖다 대거나 귀를 갖다대 호흡 소리를 듣지 않아도 이미 시신이 되어버렸다는 걸 단박에 알아차릴 정도로 상처와 출혈이 심각했다. 긴 흉기로, 그것도 여러 번 목 부분을 그은 것이 분명했다.

시신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계산대의 현금통이 텅 빈 상태로 열려 있었다. 확인 결과, 전날 호프집의 전체 매출이었던 5만2000원의 현금이 모두 사라졌다고 했다.

“아이고, 참혹허네….”
임 경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와따메, 대체 뭔 일이 요로코롬 나부렀다냐. 나라시(정리)도 안 하고 걍 가부렀어.”
이 경장도 눈살을 찌푸렸다.

“이 경장, 얼른 그 DNA인가 거시기인가부터 얼렁 해보자고.”

지문의 모습. 사진 pixabay

지문의 모습. 사진 pixabay


뜯어볼수록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끔찍했다. 북부경찰서는 즉각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광주청의 도움을 받아 지문 감식을 진행하고 성폭행 증거도 채취했다.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과학수사 기법을 총동원한 것이다. 임 경사와 이 경장은 결과를 기다리는 동시에 그들이 밥숟갈 뜨듯 매일 해온, ‘발로 뛰는 수사’에도 착수했다.

“이 경장, 어제 호프집 왔던 사람들 싹 다 불러봐라.”
“예. 아 일단 아드님, 건물주 번호 좀 줘보쇼.”

주변인 탐문은 신속히 이루어졌다. 북부서는 수사팀을 나눴다. 첫 번째 조는 8월 21일 애인호프를 방문한 손님들을, 두 번째 조는 숨진 여주인 박씨 주변의 남성들을 집중 조사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조는 박씨의 친척들이나 원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조사하기로 했다.

애인호프는 테이블이 3개뿐인 작은 맥줏집이라 사건 당일 들른 손님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폐쇄회로(CC)TV도 없었다. 가게 주변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가게를 오간 사람들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왜, 그 사람 아니요? 아아, 근디 거기는 아니겠다. 그 사람은 진즉에 나가부렀는디?”
“맨 마지막에 혼자 소주 마시던 사람인가….”
“모자를 쓰고 있었던 거 같기도 허고….”
“기억이 잘 안 나부러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이 맞는 거 같은디….”

수사팀은 애인호프에 방문한 사람들, 그리고 사돈의 8촌까지 약 200여 명을 불러 조사했다. 모든 진술을 종합했을 때 의심되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호프집에서 모자를 쓴 채 ‘혼술’을 하던, 퉁퉁한 체격의 남성이었다. 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사건 당일 밤 10시까지 가게에 머물렀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누구인가였다.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 정도만 기억할 뿐, 아무도 그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용의자 특정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과학수사팀이 현장에서 채취한 DNA를 분석했지만 피의자의 신원은 특정할 수 없었다.
현장 조사 등을 종합하면, 범인은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겁탈하려고 시도했지만, 발기가 되지 않아 성폭행은 미수에 그쳤다.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갔고, 사건 발생 약 한 달 후였다.
애인호프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다른 동네에서 터졌다. 임 경사는 그곳으로 달려가 현장에서 지문을 채취했다.

40일의 기다림 끝에, 과학수사팀의 DNA 분석 결과가 도착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야, 근디 손가락이 하나 안 보인다야.”

주민등록증을 발급할 때 정부에선 열 손가락이 모두 있는 경우 각각 지문을 찍을 것을 요구한다. 이 정보는 경찰 등에서도 보관하고 있었다. 하지만 용의자의 경우 지문이 9개만 등록돼 있었다. 손가락이 하나 없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손가락이요? 의수를 차고 댕길 수도 있단거당가요?”
“그래, 손가락 없는 사람 같어. 이름은 가만 보자, 박덕진(가명)! 박덕진이다.”

(계속)

박덕진의 신상을 확인해본 임 경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뭣이여 이건. 학생운동? 그것도 대장 노릇을 해브렀구만.’
그는 범죄 이력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뜻밖에도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학생회 간부 출신이었다.


※충격적인 용의자의 실체와 사건의 전말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홉 손가락’ 운동권 거물 그놈, 호프집 女주인 겁탈 후 죽였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7306



김정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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