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김용범이 띄운 ‘국민배당제’…野 “공산주의 배급제냐” 파장

중앙일보

2026.05.12 00:42 2026.05.12 01:08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지난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서 열린 K-경제안보 전략과 핵심과제 공개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지난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서 열린 K-경제안보 전략과 핵심과제 공개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이 이끈 반도체 호황으로 국내 기업이 거둔 수익의 일부를 국가에 환원하는 ‘국민배당금’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밝히자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보수 야권에서는 “공산주의식 배급제”, “약탈식 반기업 정책”이라는 반발이 쏟아졌다.

김 실장은 지난 11일 밤 페이스북에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다”며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호황기를 맞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급증하자 성과 보상, 재투자, 주주 환원 중 어디에 써야 하느냐를 두고 사회적 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김 실장이 국민배당금이라는 논쟁적 화두를 꺼내든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충남 천안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국민의힘 충남도당 당직자 회의 및 필승결의대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충남 천안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국민의힘 충남도당 당직자 회의 및 필승결의대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야권에서는 김 실장의 경질까지 요구하며 크게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경북도당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기업이 번 돈을 정부가 뺏어 나눠주는 것은 공산당이나 하는 일 아니냐”며 “이재명 정부의 민낯”이라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드디어 공산당 본색이 드러났다. 지금 이재명은 우리 체제를 바꾸려 하고 있다. 으스스하다”고 적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서 “초호황 뒤 급락이 반복되는 시장에서, 미래 수익을 가정한 국민배당금 논의부터 꺼내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고 무책임하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 앞에 본인의 입장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김 실장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에서는 “사회주의식 ‘기업이익 배급제’를 주장한 것”(박수영 의원), “국가 주도의 폭력적 약탈”(나경원 의원), “코스피 8000 시점에 찬물을 끼얹은 것”(최은석 의원) 등 반발이 쏟아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미국은 AI 호황 속에서 단 한 개의 기업이라도 더 유치하려고 주(州)들이 앞다투어 세금을 깎아주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삼성 당나귀와 하이닉스 당나귀 위에 어떻게 하면 짐을 더 얹을까 궁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 잘하는 당나귀 과적해서 허리를 부러뜨리거나 황금알 낳는 거위를 치킨 튀겨먹는 이야기를 자꾸 하는 것은 5년 단임제 정부가 보통 빠지는 유혹”이라며 “이건 정치가 아니다. 야인시대 우미관식 정치”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총괄선거대책위원장)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총괄선거대책위원장)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직접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이주희 원내대변인)며 김 실장의 국민배당금 주장에 선을 긋고 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 일각에선 김 실장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제2차관 출신인 안도걸 의원은 야당 의원들의 주장을 “본질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과도한 정치 공세에 가깝다”고 반박한 뒤 “김 실장의 발언 취지는 명확하다. AI·반도체 산업의 초호황으로 대규모 법인세 초과세수가 발생할 경우 그 재원을 아무 원칙 없이 단기적으로 소진하지 말고 국가 차원의 전략적·체계적 활용 원칙을 미리 설계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 이익을 정부가 강제로 나눠 갖자는 것이 아니다”며 “재원을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논의하는 것 또한 지극히 정상적인 정책 담론”이라고 했다.



김규태([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