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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익 기반 성과급’ 전세계 유례없다…“미래 대신 현재에만 매몰” 우려

중앙일보

2026.05.12 02:09 2026.05.12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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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쏘아 올린 ‘영업이익 N% 성과급’ 도입을 요구하는 노동계 목소리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 세계 유례없는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지급 방식이 산업계에 뿌리내릴 경우 미래 투자가 후순위로 밀려 기업들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평택사업장 일대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평택사업장 일대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12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사용자 측에 영업이익 15%의 성과급 지급 명문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총파업에 나선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20%를, LG유플러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도 영업이익 10% 수준 성과급 지급 안을 사용자 측에 복수 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노조 요구에 따라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하자 같은 반도체 업종을 넘어 ICT 업종 등으로 유사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한 일률적인 성과급 지급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직원들과의 이익 공유제 개념은 오래전부터 발달해 왔지만, 현금보다는 주식으로, 개인 성과를 따져 지급하는 게 공통적인 원칙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영업이익 단일 기준이 아닌 회사 실적과 개인·조직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성과급을 차등 지급해왔다. ICT 업계 한 관계자는 “흑자 재원을 미래에 투자하는 것도, 적자임에도 사기 진작을 위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도 모두 경영상 판단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SK하이닉스 사례 이후 성과급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며 “평생 직장 개념이 없어지다 보니,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받자는 인식이 커진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과급 산정 체계를 복합 기준이 아닌 영업이익만 기준으로 한다면 누구나 성과급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 올해 영업이익에만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커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가령 미래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나 마케팅 비용을 줄이거나 비용 집행을 인위적으로 뒤로 미룰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 성과가 아닌 업황 개선으로 영업이익이 늘어도 성과급을 지급하는 문제도 생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노조가 영업이익이라는 케이크에 손을 대기 시작하니 기업의 이익을 누가 가져갈지를 두고 주주와 하청 기업으로 갈등이 번지고 있다”며 “결국 기업 이익을 국민과 나누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도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직원에 대한 보상 결정은 경영진이 하고, 경영진에 대한 보상 결정은 이사회가 해야 할 몫인데 노조가 경영상의 판단을 무시하고 영업이익만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달라는 건 과도한 것”이라면서도 “사용자 측 역시 그동안 불투명했던 성과급 산정 기준을 공개해야 노조의 반발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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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7313



강광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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