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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오늘 마지막 사후조정…‘총파업 운명의 날’

중앙일보

2026.05.12 02:13 2026.05.1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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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가 정부까지 나선 사후조정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중재 아래 새로운 협상 테이블이 꾸려졌지만, 노조가 ‘영업이익 기반 성과급 지급 제도화’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임금 인상 협상을 넘어 한국 기업들의 보상 체계를 뒤흔드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 노사는 12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회의에서 정부의 중재 하에 성과급 갈등을 둘러싼 마지막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날 2차 사후조정회의에 참석하는 삼성전자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왼쪽)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오른쪽). 전날 1차 사후조정 회의장 밖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황기돈 중노위 준상근조정위원(가운데).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는 12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회의에서 정부의 중재 하에 성과급 갈등을 둘러싼 마지막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날 2차 사후조정회의에 참석하는 삼성전자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왼쪽)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오른쪽). 전날 1차 사후조정 회의장 밖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황기돈 중노위 준상근조정위원(가운데). 연합뉴스



‘영업이익 15%’ 제도화 두고 평행선

12일 삼성전자 노사는 오전 10시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회의에 참석해 각각 의견을 제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1차 사후조정에서 11시간 반 동안 마라톤 협상을 벌인 데 이어 이날도 평행선을 달린 것이다.

노조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기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 배분하고, 연봉의 50%인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를 제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OPI 상한은 유지하되, 영업이익 업계 1위 달성 시 메모리사업부에 경쟁사 이상 수준의 특별포상을 지급하고, 적자를 기록 중인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 역시 성과 개선 시 최대 75% 수준 성과급을 추가 지급하는 ‘유연한 보상 체계’를 제시했다.
사측 안을 적용하면 메모리사업부 기준 영업이익의 약 13% 수준까지 보상이 가능하지만, 노조는 ‘고정된 산식의 제도화’가 빠진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노조안대로면 DS 부문 내 적자사업부에도 수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하게 돼 형평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협상 결과가 업계의 보상 문화를 가늠하는 ‘가이드라인’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실제로 이미 현대차(순이익 30%), LG유플러스(영업익 30%), 카카오(영업익 10%) 노조가 유사한 요구를 내건 상태다. 10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반도체는 이익률이 높은 특수 업종인 반면 다른 대다수 업종은 극심한 불황”이라며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연동 모델을 제도화할 경우 업계 전반에 잘못된 시그널을 줘 ‘성과급 치킨게임’이 확산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성과급 인플레이션이 대기업과 중소 협력사 간 임금 격차를 벌려 ‘노동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거세다. 저서『노동자연대』에서 “정규직 권익 대변 위주의 실리주의 활동은 노동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범”이라고 적었던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월 평균 307만원을 받는 대다수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수억 원대의 성과급 논란은 극심한 박탈감을 안긴다”며 “사회적 책임과 연대를 포함한 지속가능한 성과급 공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기초체력과 미래 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업이익 15%를 매년 고정적으로 지급하도록 명문화하면 사업 인수합병(M&A), 재투자, 경영권 방어 등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기업의 미래 전략과 투자 판단에 상당한 제약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회사가 소득세로 내야 할 돈은 현금으로, 나머지는 주식으로 보상하겠다고 했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준모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자는 임금 안정성을 보장받는 대신 자본가가 리스크를 지는 것이 경제의 기본 원리인데, 이득만 공유하고 리스크는 외면하는 구조는 결국 ‘기업가 정신’을 훼손하고 노동시장을 왜곡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사업장 일대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사업장 일대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주주단체 “파업은 반도체 산업 사형선고”

노조는 조정이 최종 결렬될 경우 예정대로 오는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파업 현실화 시 생산 차질과 고객사 이탈 등 최대 30조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애플과 HP 등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 실무자들은 최근 파업 가능성과 대응 계획 등을 삼성에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삼성전자 주주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 인근에 모여 “파업은 반도체 산업에 사형선고”라며 규탄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 수출의 38%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인 데다, 공급이 부족한 현 상황에서 공장이 멈출 경우 국가 경제 전체에 현저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즉시 파업을 중단해야 하며 한 달간 쟁의행위가 제한된다. 1993년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 2019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등 단 네차례 적용됐다.



김수민.이우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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