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연어 술파티 진술 회유 의혹'을 받는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가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석했다. 뉴스1
대검찰청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진술 회유 의혹이 제기된 박상용 검사에 대해 정직 징계를 청구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이 주장한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의혹 자체가 아니라,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을 통해 부당하게 자백을 요구한 점을 이유로 삼았다.
대검은 12일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의 비위 의혹과 관련해 박상용 검사에 대한 감찰을 진행한 결과, 수사 절차상 관련 규정을 위반한 비위 사실을 확인해 대검 감찰위원회 심의를 거쳐 징계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대검이 밝힌 징계청구 사유는 크게 세 가지다. 박 검사가 다른 사건 수사를 언급하며 부당하게 이화영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었던 서민석 변호사를 통해 이 전 부지사의 자백을 요구한 사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 수용자를 소환조사했음에도 수사과정 확인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실, 음식물 또는 접견 편의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제공한 사실 등이다.
대검은 2023년 5월 17일 수원지검 조사실에서 이 전 부지사 측이 주장한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의혹과 관련해서는 일부 사안을 징계청구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검은 “관리 소홀로 술 반입·제공된 것을 방지하지 못한 점, 불필요한 참고인 반복소환의 점에 대해서는 대검 감찰위원회 의결 결과를 존중해 징계청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어 술파티의 관련 사실 중 하나인 술 반입 자체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이를 박 검사의 책임으로 돌리지는 않은 것이다.
박 검사에 대한 감찰은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TF가 맡아 진행했다. 서울고검 TF는 최근 대검에 감찰 결과를 보고했고, 대검은 전날인 11일 감찰위원회를 열어 박 검사에 대한 징계청구 여부를 심의했다. 대검은 감찰위 심의 결과를 토대로 징계를 청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구체적인 징계 수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
‘별건 수사 언급’ 녹취가 핵심
서민석 변호사가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조작기소의혹사건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기소 의혹 사건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번 징계청구의 핵심은 서민석 변호사가 지난 3월 공개한 통화 녹취 내용이다. 서 변호사가 공개한 녹취에는 2023년 5~6월 대북송금 수사 당시 박 검사와 서 변호사의 통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이 전 부지사는 기존 입장을 바꿔 쌍방울이 북한에 800만 달러를 보낸 사실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경기도지사였다.
여권은 이 가운데에서도 2023년 5월 25일 통화를 문제삼았다. 당시 박 검사는 서 변호사에게 “이해찬 대표 사무실 비용을 한 달에 한 2천 얼마씩 김성태 회장이 대줬다는 거거든요”라며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언급했다. 또 서 변호사가 “만약에 우리가 입장 변화를 하면 여러 가지들(다른 수사)은 이제 안 하시는 거냐”고 묻자, 박 검사는 “그런 구체적인 부분은 상의를 하죠”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이 전 부지사 측은 이를 두고 박 검사가 별건 수사를 거론하며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검사는 “이 전 부지사가 자백을 고민하는 사이 김성태 회장의 자백으로 추가 범죄 혐의가 줄줄이 나오며 수사가 번지고 있었다”며 “추가 인지된 다른 사건들을 뒤로 하고 본 사건인 대북송금에 집중하려 했지만, 이 전 부지사가 아무런 진술을 하지 않아 전체 수사 일정이 꼬이고 있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대검의 12일 공지에 따르면 이번 징계청구는 박 검사가 변호인을 통해 이 전 부지사에게 부당하게 자백을 요구했다는 절차상 비위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두고 “박 검사가 이 전 부지사에게 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요구했는지, 허위 자백을 강요했는지까지 판단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징계 절차에서 박 검사의 행위가 허위 자백 강요였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이미 진행 중인 이 대통령 재판이나 유죄가 확정된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이 전 부지사의 당시 진술이 확정된 대북송금 사건 재판의 핵심 증거로 쓰이거나, 이 대통령 공소제기의 직접 증거로 활용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연어술파티’ 끝내 징계청구 못 해
당초 박 검사에 대한 감찰 개시는 이화영 전 부지사가 주장해온 ‘연어술파티’였지만, 결국 대검은 해당 부분에 대해선 징계청구를 하지 못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특별점검팀까지 꾸려 “수원지검에 외부 술 반입이 있었다”며 이를 감찰 개시한 바 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달 14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기소 의혹 사건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머리를 만지고 있다. 임현동 기자
검찰은 지난해 9월 서울고검 내 TF팀까지 꾸려 해당 의혹을 조사해왔고, 8개월간의 감찰 끝에 “조사실에 술이 반입됐고, 술자리가 있었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박 검사가 이를 묵인했는지 등을 끝내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검사는 이에 대해 “술 반입 자체가 없었다”는 주장을 유지해왔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역시 지난달 조직기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출석해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2023년) 5월 17일 정확히 술 안 먹었다”고 증언했다. 술을 구매한 인물로 지목된 박 전 이사도 같은 청문회에서 “개인적으로 먹으려고 (술을) 샀고, 차 안에서 먹었다”며 검찰청 반입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박 검사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면서 사건은 법무부로 넘어가게 됐다. 법무부는 감찰관실 검토를 거쳐 별도 감찰위원회 개최 여부 등을 결정한 뒤 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와 수위를 판단한다. 검사징계법상 징계는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의 다섯 단계로 나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