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르영화가 또다시 칸을 호령할 수 있을까. 나홍진 감독의 SF 액션 스릴러 ‘호프’가 황금종려상에 도전하는 제79회 칸국제영화제가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휴양지 칸에서 개막했다.
연상호 감독은 좀비 영화 ‘군체’로 ‘부산행’이 공개됐던 미드나잇 스크리닝(심야상영) 부문을 10년 만에 다시 찾는다. ‘호프’의 주연 황정민·조인성·정호연 등과 ‘군체’의 전지현·구교환 등 스타들도 현지 레드카펫을 밟는다. 지난해 칸 주요 부문에서 장편영화 0편 초청이란 굴욕을 당했던 한국 영화가 1년 만에 설욕전에 나섰다. 올해 경쟁 부문 수상작을 결정하는 심사위원장은 박찬욱 감독이 한국인 최초로 맡아 할리우드 배우 데미 무어 등과 심사에 나선다. 심사위원장은 오는 23일 폐막식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직접 발표하고 시상한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군체’에서 생명공학자를 연기한 배우 전지현. [사진 쇼박스]
올해 명예 황금종려상(평생공로상)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피터 잭슨 감독, 배우 겸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공동 수상한다. 할리우드 배우 존 트라볼타는 72세에 연출 데뷔작 ‘프로펠러 원웨이 나이트 코치’로 프리미어 섹션을 찾는다.
나홍진 감독은 데뷔작인 스릴러 ‘추격자’가 2008년 심야상영에 초청된 걸 시작으로 칸이 주목해 온 감독이다. 전작인 누아르 액션 ‘황해’가 2011년 주목할 만한 시선, 미스터리 스릴러 ‘곡성’이 2016년 비경쟁 부문에 상영됐고, 네 번째 장편 ‘호프’로 경쟁 부문에 입성했다. 한국 영화의 칸 경쟁 부문 진출은 2022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 이어 4년 만이다. 그간 한국영화의 칸 주요 부문 초청을 이른바 ‘박·봉·홍·이’(박찬욱·봉준호·홍상수·이창동) 감독이 독점해 온 상황을 끊어냈다는 점에서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볼 수도 있다.
오는 17일 공식 상영하는 ‘호프’는 비무장지대(DMZ) 인근의 외딴 항구마을에 정체불명의 존재가 목격된 뒤 벌어지는 주민들의 사투를 그렸다.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외계인 캐릭터로 한국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예년에 비해 할리우드 대작 초청이 줄어든 올해 칸에서 ‘호프’가 한층 주목받는 이유다.
박찬욱
올해 최종 후보 22편이 선정된 공식 경쟁 부문에선 지난해에 이어 일본 영화가 또다시 강세를 보였다. 이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비롯해 하마구치 류스케, 후카다 고지 등 신구 감독의 영화 3편이 초청됐다. 박찬욱 감독은 칸영화제 개막 전날인 11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현지 인터뷰에서 “50년이나 100년 동안 남을 작품들에 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국적, 장르, 정치적 이념”과 같은 “외부 요인”을 배제하고 “오로지 작품 자체의 가치”만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영화로는 올해 칸 비공식 부문인 감독주간에 정주리 감독의 ‘도라’도 초청됐다. 학생 단편 경쟁 ‘라 시네프’ 부문엔 홍익대 최원정 감독의 3D 애니메이션 ‘새의 랩소디’, 재미교포 나딘 미송 진 감독의 ‘사일런트 보이시스’가 나란히 발탁됐다. VR 등 몰입형 단편들이 겨루는 이머시브 경쟁 부문에는 한국의 우현주·박지윤 감독의 VR 단편 ‘부우우--- 피이이---’가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