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외야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김혜성(LA 다저스)은 2017년 KBO리그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에 나란히 입단한 동기생이다. 이정후가 1차 지명, 김혜성이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둘은 이제 세계 최고의 리그로 무대를 옮겨 경쟁하고 있다. 이정후는 2023년 12월 샌프란시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679억원)에 계약했고, 김혜성은 1년 뒤 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약 327억원)에 사인했다.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는 유서 깊은 라이벌이다. 12일(한국시간) 다저스의 홈 구장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두 팀이 시즌 두 번째 3연전을 시작했고, 이정후와 김혜성도 다시 맞붙었다.
둘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고액 연봉자인 이정후는 최근 팀 성적이 바닥을 치면서 현지 언론의 눈총을 받았다. USA 투데이는 지난 11일 “샌프란시스코는 잔여 연봉 8500만 달러가 남은 이정후를 비롯해 윌리 아다메스(1억6100만달러), 라파엘 데버스(2억2650만달러), 맷 채프먼(1억2500만달러) 등 고액 연봉자들을 내보내고 새롭게 출발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썼다. 실제로 이들의 트레이드 제안이라기 보다는 큰 돈을 투자하고도 하위권에 처진 팀을 꼬집은 거다.
개막 직후 극심한 타격 부진을 겪던 이정후는 지난달 중순부터 반등을 시작해 OPS(출루율+장타율)를 0.692까지 끌어올렸지만, 팀 부진의 책임에선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은 셈이다.
김혜성은 하루 전까지 이날 경기 출전 여부도 불투명했다. 다저스 간판스타이자 주전 유격수인 무키 베츠가 부상을 털고 복귀하면서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베츠와 자리를 맞바꿔 빅리그로 콜업됐던 선수가 김혜성이었기에 더 그랬다. 그러나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김혜성을 제치고 개막 로스터에 포함됐던 알렉스 프릴랜드가 마이너리그로 갔다. 위기를 넘긴 김혜성은 무사히 친구 이정후와 조우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이정후는 12일 경기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안타와 몸에 맞는 공으로 두 차례 출루했고, 9-3 승리를 이끄는 결승 득점도 올렸다. 샌프란시스코도 지구 최하위를 탈출했다. 반면 아직 입지가 불안한 김혜성은 2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뒤 6회 대타로 교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