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결정전 4차전까지 ‘수퍼팀’ 부산 KCC를 상대로 평균 20.3점을 터뜨린 고양 소노의 가드 이정현. 거구의 외국인 센터가 밀고 들어와도 버틸 만큼 수비도 적극적이다. [뉴시스]
프로농구(KBL) 부산 KCC는 ‘수퍼팀’으로 불린다. 주축선수인 최준용·허웅·허훈·송교창이 모두 정규리그나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한 스타 군단이다. 외국인 선수 숀 롱도 특급이다. 농구인들은 “국가대표팀보다 강하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 수퍼팀이 2025~26 KBL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려면 고양 소노의 수퍼맨 이정현을 넘어야 한다.
5년 차 가드 이정현은 포인트가드로 경기를 풀어나가면서도 전문 슈팅가드처럼 슛을 던지고 골밑을 돌파한다. 경기 완급 조절이 탁월하고, 동료의 능력을 잘 끌어내며, 중요한 순간 결정력이 높다. 소속팀 소노가 이번 시즌 정규리그 5위에 그쳤는데도 이정현의 활약이 워낙 뛰어났기에 정규리그 MVP로 선정됐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이정현이 이끄는 소노는 정규리그 2연속 우승팀 서울 SK를 3전 전승으로 꺾었고, 4강 플레이오프도 3승으로 마무리했다. 소노 창단 이후 처음, 본인 데뷔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았다. 챔프전에서도 이정현은 팀을 하드캐리하고 있다. 1~4차전 경기당 20.3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이다. 출전시간도 35분 28초에 달한다.
특히 3패로 벼랑 끝에 몰린 지난 10일 4차전 부산 원정 경기에서 3점슛 6개를 포함해 22점을 올리며 소노의 81-80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4쿼터 21.1초를 남기고 3점슛으로 80-79로 경기를 뒤집었고, 80-80 동점이던 0.9초 전에는 최준용의 파울을 이끌어 내면서 경기를 끝냈다. 극도의 압박이 쏟아지는 클러치 타임에 에이스 본능을 발휘해 팀을 구해냈다.
21세기 들어 챔프전에서 평균 20점 이상을 기록한 국내 선수는 조성원(2000~01·21.2점), 김주성(2007~08·25.2점), 문태영(2013~14·22.2점), 양동근(2014~15·20점), 오세근(2020~21·20점) 등이 있다. 허훈이 KT 소속이던 2023~24시즌 평균 26.6점을 올린 게 가장 최근이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외국인 선수를 중심으로 팀을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소노의 중심은 단연 이정현”이라면서 “주축 선수들은 수비 때 몸을 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정현은 외국인 선수가 밀고 들어와도 그대로 버티면서 경기마다 한두 개씩 오펜스 파울을 유도한다. 루스볼이 생겼을 때는 슬라이딩하면서 공을 빼앗는 데도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챔프전 5차전은 13일 오후 7시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다. 1·2차전은 KCC가 압도했지만 3·4차전에서는 두 팀이 1점 차 접전을 벌이며 1승 1패를 나눠 가졌다. 흐름이 바뀐 주요 원인은 체력이다.
수퍼팀 KCC는 강력하지만 주전 4명이 30대이고 송교창도 29세다. 5명에 대한 의존도도 지나치게 높다. 숀 롱(37분 52초), 허웅(35분 51초), 허훈(38분 36초), 송교창(37분 40초) 등 4명은 경기당 35분 넘게 뛰고 있다. 최준용(32분 13초)도 3차전 5반칙 퇴장이 없었다면 평균 35분을 넘겼을 가능성이 크다. 주전 5명을 제외한 후보 선수들의 경기당 득점은 2.6점에 불과하다. 주전들의 체력 부담이 갈수록 쌓이고 있다.
반면 소노는 이정현과 함께 삼각 편대를 이루는 네이던 나이트(34분 01초), 케빈 켐바오(38분 21초)가 주축이지만, 손창환 감독은 임동섭·이재도 등 나머지 선수들에게도 고루 기회를 주고 있다. 임동섭은 4차전에서만 14점을 터트리는 등 이번 챔프전 경기당 10.5점을 올리고 있다.
4차전 이후 5차전까지 이틀의 휴식이 주어졌다. 수퍼팀 KCC의 노장들이 에너지를 다시 충전했을 것이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시리즈가 길어진다면 소노가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