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저승사자’로 불렸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국이 20년 만에 사실상 부활한다. 공정위는 조사국 신설과 대규모 인력 증원을 통해 담합·내부거래 등 주요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 기능 강화에 나섰다.
12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해 하반기 조직개편 과정에서 230여명을 추가로 증원하는 방안을 기획예산처와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다. 공정위는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167명을 증원했는데, 인력을 추가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말 공정위 업무보고에서 “인력이 부족해 일이 안 됐다는 말은 안 나오게 하라”며 추가 증원을 지시했다.
공정위는 조직개편을 통해 조사와 분석 기능을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공정위는 7명 규모의 중점 조사팀을 대폭 확대해 30~40명 규모의 국 단위 조직인 조사국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점조사팀은 공정거래법이나 하도급법 등 소관 법률 구분 없이 주요 사건을 신속하게 조사하기 위해 2024년 신설됐다. 하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대형 사건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 단위 조직으로 확대될 경우 기획 조사 기능 등이 강화될 수 있다. 이밖에 조사와 사건처리 지원 역량 강화를 위해 경제분석국도 신설된다.
공정위 내 조사 인력과 조직이 확대되면서 재계 긴장도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담합 사건 등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등 법 집행 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사국까지 부활할 경우 대형 담합이나 내부거래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가 한층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사국은 1996년 출범 이후 대기업 부당지원 사건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며 ‘재계의 저승사자’라는 별칭을 얻었다.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킨다는 비판 여론에 2005년 12월 결국 폐지된 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기업집단국으로 일부 기능이 부활했다.
다만 공정위는 과도한 기업 옥죄기로 비치는 데는 선을 긋는다. 공정위는 올해 초 인력 증원을 통해 하도급·가맹 등 ‘갑을’ 분야 사건 처리 인력을 확대했지만, 최근 들어 담합과 시장 감시 분야를 중심으로 사건 수요가 다시 늘고 있다. 분야 별로 인력을 늘리기보다 현안마다 탄력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별도 조직을 확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날 “중대 민생사건 등의 신속한 처리와 법 집행 역량 강화를 위해 인력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며 “증원 규모와 기능은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