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업주를 대신해 근로자에게 지급한 체불임금을 국세 체납금처럼 강제 징수할 수 있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이 12일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사업주가 지급하지 못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국가가 노동자에게 먼저 지급하는 대지급금 제도의 회수 속도와 강제성을 높이는 데 있다.
기존에는 정부가 대지급금 변제금을 사업주로부터 돌려받기 위해 민사집행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 경우 재산조사와 가압류, 법원의 집행판결, 경매 등의 절차가 필요해 회수까지 평균 290일이 걸렸다. 강제징수 수단도 제한적이어서 누적 회수율은 30% 수준에 그쳤다.
앞으로는 국세 체납처분 절차가 적용돼 강제징수가 가능해진다. 사업주가 근로복지공단의 납부 통지와 독촉에도 변제금을 내지 않으면, 체납처분 승인 이후 곧바로 압류와 공매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변제금 회수 기간도 158일 수준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또 변제금 납부에는 원·하청 연대책임이 부과된다. 노동자 임금 지급에 실질적 책임이 있는 원청에도 변제금 납부 의무가 생긴다는 의미다. 노동부는 건설업 등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반복된 책임 회피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체불 피해 노동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오는 8월 20일부터 도산 사업장의 퇴직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대지급금 범위를 기존 ‘최종 3개월분 임금’에서 ‘최종 6개월분 임금’으로 넓힌다. 사업주의 자발적인 체불 청산을 지원하기 위한 융자 한도도 기존 1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하고, 담보 제공 시 최대 10억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번 조치는 국정과제 중 하나인 ‘임금체불 근절 및 근로감독 전면 혁신’에 따른 것이다. 노동부 노동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임금체불 발생액은 2조679억원, 체불 피해 노동자는 26만2304명에 달한다.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2조원을 넘어서면서 ‘임금체불 국가’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임금체불 문제를 여러 차례 강조해온 가운데, 정부는 근로감독 강화 등 임금체불을 줄이기 위한 전방위 대응에 나서고 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단기적으로는 변제금 회수율을 높이고 나아가 ‘체불의 최종 책임자는 사업주’라는 경각심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체불 노동자에 대한 안전망을 강화하고 체불 사업주의 책임 강조 등 체불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