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로 유지했다.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의 하방 요인이 있지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라는 성장 동력이 이를 완충한다는 분석이다.
12일 KIEP는 ‘2026년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성장률을 지난해보다 0.4%포인트 낮은 3%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제시한 전망치는 유지했다.
KIEP는 중동전쟁 충격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견조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시욱 KIEP 원장은 이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미국과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실적치가 종전 예상보다 양호했던 측면이 반영된 결과”라며 “에너지 시장의 충격이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인해 성장률 전망치는 얼마든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요국별로 보면 미국이 2%, 유로 지역이 0.9%, 일본이 0.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흥국 중에선 중국이 4.5% 인도 6.4%,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5개국은 4.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한국에 대한 별도 성장률 전망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KIEP는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의 키워드로 ‘중첩된 충격, 좁혀진 활로’를 제시했다. 세계 경제가 에너지·통상·재정이라는 세 축의 위기가 서로 얽히며 충격을 키우는 구조로 작동한다는 의미에서다.
특히 고유가가 장기화할수록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KIEP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로 12개월 동안 이어질 경우 세계 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충격이 없을 때보다 0.5~1%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최근 세계 경제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해온 AI 투자 사이클마저 둔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데이터센터·반도체 등 AI 인프라의 전력·운송·부품 비용이 함께 상승해 관련 투자와 교역이 예상보다 빠르게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 투자 확대의 수혜가 일부 산업에 집중되며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한국 경제에는 특히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상하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AI는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인 동시에 구조적 취약성의 원천”이라며 “AI 둔화와 외부 충격이 같은 시점에 겹치는 경우 (AI 투자) 수혜 부문과 이미 압박을 받는 부문이 동시에 영향을 받으면서 산업 간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AI 관련 투자의 GDP 기여도가 점진적으로 둔화하면서 한국 성장에 대한 기여도 역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