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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뉴스메이커] “사전투표 하루, 본투표 이틀 고민할 만…6·3 투표 꼭 하길”

중앙일보

2026.05.12 08:12 2026.05.1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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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선관위 개혁 이끈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17일로 재직 4년을 맞는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선관위 60년 사상 최악의 위기 시점에 취임했다. 선관위 사무총장과 차장이 특혜 채용 논란으로 동시 사퇴한 가운데, 본인도 퇴진 요구에 시달리면서 개혁을 끌어가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그는 3월 3일 대법관직을 퇴임하면서 관례상 함께 물러나는 선관위원장직도 사임의 뜻을 밝혔지만, 후임 지명자 천대엽 전 법원행정처장의 청문 절차가 지연되며 위원장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20여일 앞두고 그를 만났다. 그는 “정치가 국민에 귀 기울이게 하는 것은 역시 선거다. 적극 투표해 국민의 의사를 표현하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견 전제로 사전투표 축소, 본투표 확대 제언
인사비리·외압 막으려면 위원장직 상근화해야
사전투표 현장 날인, 인력·투표소 늘리면 가능
계엄군 선관위 진주에 뜬눈 밤새워…황당할 뿐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선관위 보안이 허술하다는 지적에 따라 국정원 컨설팅을 받았고 드러난 문제점 보완에 노력한 끝에 100점 만점에 30점에서 70점으로 보안 수준이 향상됐다”며 “공무원들 선거 업무 지원을 끌어내기 어려워진 현실 타개를 위해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했다. 강정현 기자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선관위 보안이 허술하다는 지적에 따라 국정원 컨설팅을 받았고 드러난 문제점 보완에 노력한 끝에 100점 만점에 30점에서 70점으로 보안 수준이 향상됐다”며 “공무원들 선거 업무 지원을 끌어내기 어려워진 현실 타개를 위해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했다. 강정현 기자

“사전투표, 뚜렷한 ‘경향성’도 문제”

Q : 늘 논란인 사전투표 문제부터 물어보죠. 사전투표 투표율이 본 투표에 육박하면서 본말이 전도됐다는 논란이 있는데요.
A : “사전투표는 투표지 보관 문제도 있고, 본 선거까지 5일간 상황이 반영 안 됩니다. 또 다른 문제는 경향성이죠. 2022년 6월 지방선거 때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가 아직 개표가 남아 있는데도 패배 승복을 선언했습니다. 남은 표(사전투표) 성향을 파악했기 때문이란 거죠. 사견을 전제로, 사전 투표가 이렇게 논란이 되고 불신의 근거가 된다면 장기적으로 본 투표를 이틀간 하는 걸 고민하면 어떤가 해요. 사실 선거 관리하는 우리 입장에선 사전투표 이틀 하는 것도 깁니다. 하루만 하고 싶지만, 국회에서 반대할 테니 법 개정이 쉽지 않겠죠.”


Q : 부정선거 주장 세력은 사전투표함 바꿔치기 가능성을 문제 삼는데요.
A : “2022년부터 경찰관들이 사전투표함 이송에 참여하게 했고, 지역 선관위 사무실에 도착한 사전투표함은 여야 참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봉인한 뒤 아무도 못 들어가는 방에 보관하면서 24시간 CCTV가 찍게끔 했습니다. 저도 지난해 대선 때 상황 확인차 보관실에 들렀는데 ‘위원장님도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고 하더군요. 디지털 시계 갖다놨더니 ‘조작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아날로그 시계도 비치했어요. 혹여 정전될까 봐 보관소마다 비상 전력도 확보해놓았고요.”


Q : 그런데도 부정선거 주장하는 목소리가 남아 있는데요.
A : “최근엔 목소리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특히 지난해 정치학회와 정당 학회 교수 30여명에게 후보자 등록부터 사전투표 보관 및 개표까지 샅샅이 보여주는 공정선거 참관단을 운영했는데 효과가 좋아요. 6·3 지방선거엔 전국 17개 시도에 13개 팀 105명의 참관단을 보낼 방침입니다.”


Q : 사전투표 때만 투표용지에 관리관 직인을 미리 인쇄하느냐는 비판도 끊이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관리관이 직접 날인하면 안 되나요?
A : “사전 투표소가 전국 3500곳인데 선관위 직원은 3000명이 조금 넘습니다. 사전투표가 이틀간 진행되니 현장 날인시 인력이 7000명이 필요한데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번 선거에 투표장비가 16개에 달하는 사전투표소도 있는데 한꺼번에 투표자가 몰리면 현장 날인하다 사고가 날 우려도 커요. 정부에서 예산을 늘려 사전투표소를 9000여곳, 관리관 등 인력을 21만여명으로 증원해준다면 날인을 시행할 수 있다고 봐요.”

“채용비리 사무처 총·차장에 용퇴 권유”

Q : 국회에서 “선관위원장은 상근직이 돼야 한다”고 했는데요.
A : “2022년 대선 때 ‘소쿠리 투표’ 논란이 터졌는데 선관위 사무처 직원들이 (노정희 당시) 선관위원장에게 그런 것까지는 보고하지 않아 신문, 뉴스를 통해서야 알게 됐었습니다. 선관위가 (사무처) 내부적으로만 돌아가는구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돼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겸임하면 일주일에 하루 이틀만 선관위에 나가 전체적인 그림에 문제 없느냐는 정도만 확인하게 되는 상황이 생깁니다. 자녀 특혜 채용 논란 등 인사나 관리에도 위원장이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상근직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최근에는 정치권 인사들이 중립이 생명인 선관위를 너무 공격하니, 효율적으로 방어하려면 역시 상근직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Q : 대법관 업무 부담이 큰데 선관위원장 겸임이 가능합니까.
A : “총선, 대선 같은 선거가 있는 해는 한 달간 대법관 사건 배당 50%를 줄여줍니다. 그래도 큰 차이는 없어요. 특히 선거 1주일 앞두고선 과천 선관위 청사로 매일 들르게 되니 하루 5시간밖에 못 잘 만큼 격무입니다. 상근직으로 가야 해요.”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2023년 5월 31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 특별감사 결과와 채용 제도 개선 등 자체 개선안을 발표하기 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2023년 5월 31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 특별감사 결과와 채용 제도 개선 등 자체 개선안을 발표하기 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Q : 2023년 장·차관급인 선관위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이 자녀 특혜 채용 논란으로 동시에 물러났습니다.
A : “열번을 얘기해도 할 말이 없는 잘못입니다. 중앙일보에서 보도가 난 뒤 조병현 선관위원을 위원장으로 하고 외부 인사들도 모셔서 자체감사를 해보니까 (자녀 관련) 부당한 영향력 행사 정황과 규정 위반 등이 있더군요. 본인들은 변명했지만 ‘(버티면) 선관위가 감당이 안 된다’고 용퇴를 권유하니 고민 끝에 받아들이더군요. 나가면서 ‘위원장님은 물러나면 안 됩니다’고 해요.”


Q : 특혜 채용 논란의 진원지인 경력 채용을 없앴는데요.
A : “밖에서 선관위 들어오려던 분들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했지만,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경력 채용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결단했습니다. 이후 감사원이 선관위 인사 내역을 감사했는데 특혜 채용으로 드러난 8명은 임용을 취소했고, 감사원이 문제 삼지 않았던 사례까지 찾아내 강력한 조치를 했어요.”


Q : 당시 60년 만에 감사원 감사를 받아들였지만, 이후 감사원 감사 대신 자체 감사를 보강하는 방안으로 선회했는데요.
A : “선관위는 독립성이 생명입니다. 회계 재정이야 대법원도 감사원 감사를 받으니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인사 감사는 애매해요. 선관위에 ‘정치자금조사과’가 있어요.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 신고한 자금 자료를 다루는 부서인데 여기 인사를 감사원이 감사하면 해당 인사 자료가 감사원에 가게되죠. 감사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니, 야권 정치인의 금전 정보가 여권에 갈 수 있다는 논란을 부를 수 있어요. 때문에 선관위는 자체적으로 감사하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위원장 직할로 2024년 1월부터 개방형 감사관을 뒀습니다. 강직한 판사로 소문났던 임정수씨를 감사관에 임명하고, 외부 인사 6명을 위촉해 사무처와 완전 분리된 감사위원회를 가동 중입니다. ”

“2년 전 사의 표명, 대법원장이 말려”

Q : 자녀 특채 논란 당시 국회에서 사퇴 요구를 당했는데,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며 자리를 지켰습니다.
A : “당시 자택 앞에서 두 달 가까이 부정선거 주장하는 분들이 아침저녁으로 현수막을 걸어놓고 고함을 지르며 사퇴를 요구해 고생했습니다. 그러나 전임 노정희 위원장이 소쿠리 투표 등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 저마저 그런 식으로 물러난다면 선관위 조직 전체가 흔들릴 거라는 우려가 컸어요, 부정선거는 보통 진 쪽이 제기하기 마련인데 당시는 2022년 대선에서 이긴 쪽에서 제기했어요. 권력을 가진 측이 선관위를 공격하면 위기의 차원이 다를 터이니 자리를 지키면서 조직의 독립성을 수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2024년 4월 총선을 치른 뒤 어느 정도 개혁이 이뤄졌다고 판단해 지명권자(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선관위원장에서 물러날 뜻을 얘기했는데 조 대법원장이 ‘후임자가 마땅치 않다’고 말렸고, 얼마 안 가 또 선거(6·3 대선)가 생기면서 계속 자리를 지키게 됐습니다.”


Q : 윤석열 정부 시절 윤 전 대통령 대학 동기가 사무총장에 임명돼 논란이 됐습니다.
A : “선관위 사무처 출신 사무총장이 자녀 특혜 채용으로 물러났으니 내부 출신 후임자로는 수습이 안 될 것 같아요. 내부를 열어놓되 외부에서 찾다 보니 중립성 담보를 위해 법관 출신, 그중에서도 내가 평가하기 쉬운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후보군이 됐고요, 그중 김용빈 사법연수원장이 적임자로 판단됐어요. 그런데 뒤늦게 서울대 법대 79학번으로 윤 대통령과 동기인 사실을 알게 됐죠. 직접 전화해 물어보니 ‘대학 졸업 뒤 40년간 한 번도 접촉한 적 없는 거로 기억한다’고 해요. 그래서 임명했는데 역할을 잘 수행했고, 12·3 계엄 뒤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잘못을 당당하게 지적해 세간의 오해를 풀었죠.”


Q : 12·3 계엄 당시 계엄군이 선관위에 진주했습니다.
A : “그날 저녁 약속을 마치고 집에 들어갔더니 막내 아이가 ‘계엄 하면 학교 안 가도 돼요?’ 묻길래 ‘무슨 소리냐’하고 TV 틀어보니 진짜예요. 급히 선관위 간부들과 통화해보니 ‘계엄군이 청사 출입을 막고 있고, 직원들이 억류돼있다’고 해요.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가 국회에서 계엄 해제 결의가 났다는 소식에 겨우 한숨 놨죠.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는 생각에 위원회를 소집해 계엄군의 선관위 점거는 위헌, 불법이란 성명을 냈죠. 특히 선관위에 ‘부정선거’ 누명을 씌워 진주시킨 대목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Q : 5부 요인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자리가 있었을 텐데, 그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얘기를 꺼낸 적 있나요.
A : “대통령이 김필곤 선관위 상임위원을 임명하는 자리에 위원장으로 배석하면서 대통령과 한 자리에 있게 됐는데, 부정선거 얘기는 별로 없고 검사 시절 법원과의 인연을 주로 얘기해요. 제가 사전투표 장비가 노후해 교체가 필요하니 예산을 늘려달라고 요청하니까 당시 비서실장에게 ‘받아 적으세요’라고 지시하더군요. 그게 전부였습니다.”







강찬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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