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사후조정 회의가 결렬로 마무리되자 입장을 밝히고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 노사가 정부까지 나선 사후조정에서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결국 합의를 하지 못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 파업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실제 파업 돌입 전까지 노사 자율 협상의 여지가 있고, 정부의 추가 중재 가능성도 열려 있어 극적 타결 가능성도 남아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13일 오전 2시 53분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이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중노위) 조정안은 요구했던 것보다 오히려 퇴보됐다”며 “성과급 상한 폐지 투명화·제도화 요구를 했지만 관철되지 않아 조합은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하이닉스보다 높은 경우에만 해당하는 안건"이라며 "우리의 성과를 외부요인에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또 일회성 안건을 받아들일 수 없어 결렬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추가 조정 여부에 대한 질문에 “오늘로 끝났다. (사측에서 낸) 위법 쟁의 가처분 신청이 남아 있어서 그 부분을 신경 쓸 것”이라며 “내일 위법쟁의행위 금지가처분 준비를 잘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조정과 상관없이 사측과 협의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없다”며 “5개월간 동일하게 의견을 유지했고 영업이익 비율이 명확하게 관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법 쟁의행위를 할 생각이 없고 적법하고 정당하게 진행할 생각”이라며 “(파업 참가 규모는) 5만 명 이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또 주주들의 파업 우려에 대해선 “주주들이랑 다툴 생각은 없다”며 “저희가 요구하는 안들이 관철되면 주주와 함께 주주 환원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합의 결렬 후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은 “(중노위) 조정안이 공식적으로 제안되지 않은 채 조정 절차가 종료된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사후조정에 참석한 중노위는 사후조정이 결렬된 뒤 낸 참고자료를 통해 “양측의 주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협의를 지원했으나, 양측 주장의 간극이 크고 노조 측에서 사후조정 중단을 요청해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금번 사후조정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노사 양측이 합의해 추가 사후조정 요청 시에는 언제든지 추가 사후조정을 지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형로 삼성전자 부사장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 열린 사후조정회의가 결렬된 후 회의장을 떠나며 취재진의 질문를 받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12일) 오전 10시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회의에 참석해 17시간 동안 각각 의견을 제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기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고정 배분하고, 연봉의 50%인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를 제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사측은 OPI 상한은 유지하되, 영업이익 업계 1위 달성 시 메모리사업부에 경쟁사 이상 수준의 특별포상을 지급하고, 적자를 낸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도 성과 개선 시 최대 75% 수준의 성과급을 추가 지급하는 ‘유연한 보상 체계’를 제시했다.
사측 안을 적용하면 메모리사업부 기준 영업이익의 약 13% 수준까지 보상이 가능하지만, 노조는 ‘고정된 산식의 제도화’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의 폐지와 영업이익의 15% 성과급을 요구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노사간 합의 불발로 산업계에선 이날 수원지법에서 예정된 삼성전자 노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문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파업 동력이 약화돼 자율 타결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기각될 경우 노조가 파업의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압박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노사간 ‘물밑 대화’여지는 남아 있다. 사태의 파급력을 고려해 정부가 노사 간 막판 대화를 지속적으로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파업이 현실화해 반도체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꺼낼 수 있는 ‘긴급조정권’ 카드가 노사 모두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가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칠 위험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절차다. 긴급조정권 발동 시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노위 조정 및 중재 절차가 진행된다.
정부는 현재로선 긴급조정권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앞선 사례 가운데 긴급조정권 발동 전후로 노사가 극적인 합의를 이뤄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긴급조정권 발동 전후로 삼성전자 노사가 합의점을 도출할 수도 있다.
최 위원장은 “긴급 조정까지 간다는 것은 노사 관계가 굉장히 악화됐다는 의미라고 판단한다"며 "만약 회사가 제대로 된 안건을 가져온다면 들어볼 생각은 있다”고 향후 대화 여지는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