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라는 것이 인간이 독자였는데, AI(인공지능) 시대가 되면서 AI 독자라는 게 새로 생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태헌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 신임 회장이 12일 "AI 시대에 출판 산업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방향성을 정립하겠다"면서 한 말이다. 지난 2월 말 출협 제52대 회장에 선출된 그는 이날 첫 기자간담회에서 특히 “AI 시대에 책이 학습 데이터로서 아주 중요한 기반이 되는 것 같다”며 “출판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책이 AI 학습 데이터로서 유통되고 정상적인 저작권 보호와 대가를 받는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 대표로서 운영하는 출판사 한빛미디어에서도 AI 관련 업계의 학습 데이터 제공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다는 그는 “책은 저자와 편집자를 통해 검증되고 정리된 고품질의 데이터”라며 “일반 웹 데이터보다 훨씬 효율성과 정확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 출판물의 국내 번역서에 대해서는 “외국 메이저 출판사들이 이 부분에 매우 민감하고 미국에서도 여러 차례 소송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AI한테 읽히면 안 된다는 조건을 거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그런 부분이 한계인데, 출판사가 원 저작 출판사와 어떻게 협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김태헌 신임 회장 기자간담회. [사진 대한출판문화협회]
김 회장은 또 "대학 교재 디지털 유통 플랫폼을 만드는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며 "단지 전자책 서비스를 하는 게 아니라 AI 기술을 활용한 기능까지 갖춰서 현재 만연하고 있는 불법 복제를 방지하고 정상적인 활용을 발전시켜 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서울국제도서전과 관련해서는 일단 "올 6월의 도서전을 예년처럼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게 1차 목표"라며 "이후에 지배 구조나 공공성 회복을 위한 논의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도서전 참기 신청이 늘면서 올해 신청을 하고도 부스를 배정받지 못한 출판사들이 40,50곳에 달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코엑스 측과 협의해 내년에는 행사장 대여 규모를 확장하기로 해서 참가 신청사 대부분이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원래 서울국제도서전이 목표하던 바를 생각하면 저작권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고 출판 산업의 기조나 기술 발전에 대해 논의하고 비전과 솔루션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7,8년 전에 아시아의 출판 허브로, 서울국제도서전을 부산국제영화제처럼 만들자고들 했는데, 그 사이 한국의 위상이 달라져서 꿈꾸던 기회가 오는 게 아닌가 하는, 그걸 잘 살려서 공공성과 사업성을 높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앞서 간담회 첫머리에서 그는 “출판계의 대화와 화합에 최고의 노력을 들이도록 하겠다”며 “출판사가 분야별로 성격이 다르고, 규모도 다양한데 같이 만나서 대화하고 이해하는 공간과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출판을 ‘문화산업’이라고 하는데 문화에 너무 방점이 가서 산업적 관점이 소홀하고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문화와 산업의 균형 있는 관점으로 출판산업을 바라보고, 출판산업이 스스로 발전하고 성장해서 그 안에서 문화라는 꽃이 필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