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을 막기 위한 정부의 중재 시도가 무산됐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7시간의 협상을 마치고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 결렬을 선언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파업을 막기 위한 정부의 중재 시도가 무산됐다. 이틀에 걸친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어제 새벽 최종 결렬됐다. 오는 21일로 예고된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어제 김민석 총리 주재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김 총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노사 간의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관계 부처에 당부했다.
정부의 최종 조정안이 제시되기도 전에 노동조합이 결렬을 선언하고 협상장을 떠나는 바람에 정부의 사후조정 절차가 중단된 건 매우 유감스럽다. 노사는 막판까지 파국을 막기 위한 물밑 교섭을 회피하지 말기 바란다. 이제는 정부도 긴급조정권 발동을 포함해 이번 파업 사태에 직접 개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76조에 근거해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절차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하고, 30일간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으며,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조정을 수용해야 한다.
자율적이어야 하는 노사 협상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옳다. 그동안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자제해 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과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2005년 7월과 12월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네 차례뿐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도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며 긴급조정권 발동에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모처럼 찾아온 반도체 초호황기에 고객사가 이탈하고 공급망이 훼손되는 최악의 사태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 방기가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 파업으로 벌어질 반도체 생산 중단 등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만 40조원으로 추산된다. 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검토한다는 시그널만으로도 노사가 막판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 파업이 초래할 파국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