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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샘 올트먼도 한 말” 엄호에도…국민배당금 골아픈 與

중앙일보

2026.05.13 13:00 2026.05.1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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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수억원대의 성과금 지급을 요구하고 이싿. 연합뉴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수억원대의 성과금 지급을 요구하고 이싿. 연합뉴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 페이스북 글의 후폭풍이 13일 정치권을 덮쳤다. 전날 청와대가 곧바로 “개인 의견”이라 진화에 나섰지만, 13일 “초과이득 분배 주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기본소득과 다르지 않다”(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야당 공세가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X에 “김 실장 말은 AI 부문 초과이윤으로 발생한 초과 세수를 국민에게 배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거지, 기업 이윤을 배당하겠다는 건 음해성 가짜뉴스”라며 반박에 나섰지만 여당 지도부는 멈칫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기자회견에서 “당과 어떠한 대화도 없었고, 국민들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문제”라며 “솥뚜껑 먼저 열면 밥이 설게 된다”고 선을 그었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도 통화에서 “국민배당이라는 표현이 횡재세처럼 느껴져 오해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지방선거 직전 야당에 공세할 거리를 깔아줘버렸다”고 말했다.

국민배당금 논란의 핵심은 김 실장이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국민배당금을 주장하며 남긴 글에서 사용한 초과이윤·초과이익·초과세수라는 용어를 어떻게 읽느냐다. 이 대통령은 초과세수에 초점을 뒀고, 김 실장도 “초과세수가 없다면 (국민배당)은 허황된 주장”이라 전제했지만, 야당에선 초과이익, 초과이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글에도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AI 시대의 초과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분배할 것인가”와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김 실장 글에 초과 세수보다 초과 이윤이 더 많이 나온다. 비중 자체가 다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21일 앞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 대표는 국민배당금 제안과 관련해 "당과 협의한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21일 앞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 대표는 국민배당금 제안과 관련해 "당과 협의한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1

여당 내에서도 글이 풍기는 뉘앙스가 문제란 지적이 적지 않다. 수도권 민주당 재선 의원은 “기업의 초과 이익과 국가의 초과 세수를 사실상 혼용해 쓰며 분배, 환원이라는 단어까지 거론하니, ‘성과대로 받아야 한다’는 청년층의 공정 이슈를 건드린 측면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은 “지난달 장기특별보유공제 폐지 논란도 그렇고, 청와대가 민감한 사안마다 왜 이리 엑셀을 밟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이익 앞에 초과라는 표현을 쓴 것 자체가 문제다. 기업에 적정 이익이 있다는 전제인데, 그걸 김 실장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여권 내 옹호 목소리도 만만치는 않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진성준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기업 실적 호조로 거둬들인 국가 세수를 국민을 위해 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원칙”이라며 “국민배당이 사회주의라면, 보편적 고소득을 주장한 일론 머스크도 사회주의자”라고 받아쳤다. 친여 방송인 김어준씨도 13일 유튜브에서 “오픈AI 샘 올트먼부터 AI 대부 제프리 힌턴까지, 빅테크 초과수익에 대한 국민배당과 기본소득 주장이 나온 지 오래됐다”며 “김 실장 글로 주가가 폭락했다는 건 웃기는 소리”라고 했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사진)은 AI발전으로 인한 대량 실업 문제의 해결책으로 보편적 고소득 지급 방안을 주장했다. AFP=연합뉴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사진)은 AI발전으로 인한 대량 실업 문제의 해결책으로 보편적 고소득 지급 방안을 주장했다. AFP=연합뉴스

머스크는 지난달 X에 “AI가 일으킨 실업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연방정부 수표 형태의 보편적 고소득”이라고 주장해 화제를 모았다. 다만 여권 관계자는 “기업인이 보편소득을 주장하는 것과 경제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장하는 것은 큰 차이”라고 했다.

김 실장 발언에는 반도체 호황의 그늘인 ‘K자 성장’에 대한 청와대의 고심이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코스피가 8000선에 다다르고 있지만, 시가총액 절반 가까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고 있고, 두 기업의 수억 원대 성과급 문제는 노조 갈등을 넘어 사회 이슈로 번지고 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폭발적 성장의 온기가 어떻게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게 할 것인지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조귀동 민컨설팅 전략실장은 “경제 양극화는 불황이 아닌 호황 때 온다. 박탈감을 느끼는 다수 유권자를 두고 청와대 셈법이 복잡할 것”이라며 “반도체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도 여전히 큰 리스크”라고 했다.



박태인.이찬규.오소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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