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은 “한국 사회에는 이름 붙여지지 않은 복지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며 “노숙위기청년, 불안정 노동자처럼 사회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대상을 발굴하고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재단의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장은주 객원기자
아름다운재단은 자신을 ‘공익 플랫폼’이라고 설명한다. 기부금을 모아 배분하는 일을 넘어 시민과 활동가, 정책과 현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은 “이제 비영리는 한 영역만 잘해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시대”라며 “재단이 비영리 생태계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지난 2023년 ‘내부선발 1호 사무총장’으로 취임해 3년 임기를 꽉 채웠다. 단기 성과보다 재단의 구조와 전략, 조직문화를 다시 세우는 데 집중한 시간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재단은 ‘수상한 복덕방’, ‘다시, 노란봉투’ 등의 캠페인을 통해 노숙위기청년과 불안정 노동 문제를 사회 의제로 끌어올리고 있다. 동시에 기부문화 캠페인과 브랜드 전략, 조직문화 개편까지 병행하며 재단의 체질 자체를 바꾸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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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문제는 연결해서 풀어야”
Q : 최근 ‘플랫폼’이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A : “예전에는 재단이 모금하고 배분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것만으로 사회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주거 문제 하나만 봐도 청년 문제, 노동 문제, 돌봄, 정신건강, 지역 문제까지 다 연결돼 있어요. 그러면 비영리도 단순히 한 영역만 보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거죠.”
Q : 그래서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건가요.
A :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재단은 리베로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사업을 기획하고 기부도 끌어내면서 여러 조직을 연결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의제도 만들 수 있어야 하는 거죠.”
Q : 재단 한 곳이 맡기엔 벅찬 역할 아닐까요.
A : “구성원들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지난 3년은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기반을 만드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내부 시스템을 바꾸고, 기금 구조도 개편했습니다. 조직문화와 미션·비전도 재정비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Q : 임기 내 대외적인 성과도 보여줘야 할텐데요.
A : “사실 리더 입장에서는 단기 성과를 내고 싶은 유혹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런데 어떤 조직이 오래 가려면 보이지 않는 기반을 만드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3년의 시간을 ‘30년을 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시간’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Q : 내부 구성원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A : “아름다운재단은 굉장히 주도적인 조직문화가 강해요. 구성원들이 자기 사업을 ‘내 일’처럼 생각하죠. 장점이 엄청 큰 대신 속도는 느릴 수 있어요. 토론도 많고 의견도 많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 다양성이 재단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Q : 오히려 기업과는 반대 방향이네요.
A : “보통은 효율성과 속도를 중요하게 보잖아요. 재단은 어떤 방향으로 갈지 구성원들과 함께 공감하는 과정 자체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미션과 비전을 재정비하는 데만 2년 가까이 논의했습니다.”
Q : 그런 과정이 변화로 이어졌나요.
A : “조직문화 만족도 조사 결과가 가장 높게 나왔어요. 물론 숫자만으로 다 설명되지는 않지만 구성원들의 몰입도나 만족도가 올라간 건 의미 있다고 봅니다. 조직은 결국 사람이 움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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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은 시민을 설득하는 과정”
Q : 올해 시작한 ‘수상한 복덕방’ 캠페인이 화제입니다.
A : “주거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특히 노숙위기청년 문제요. 거리 노숙만 노숙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현장은 훨씬 복잡하거든요. PC방, 고시원, 지인 집을 전전하는 청년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이들은 청년 정책에도, 노숙 정책에도 포섭되지 못해요. 그래서 주거불안에 놓인 청년들이 있다는 걸 먼저 보여줘야 합니다.”
Q : 이들을 사회적으로 ‘호명’하는 것이군요.
A : “맞아요. 사실 비영리가 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사회적 의제에 이름 붙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립준비청년도 처음엔 사회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름이 생기고 사회가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정책이 만들어졌어요. 노숙위기청년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Q : ‘다시, 노란봉투’ 캠페인도 같은 맥락인가요.
A : “그렇죠. 지금 노동은 너무 다변화됐어요.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재활용 선별 노동자처럼 사회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지만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이런 분들은 사회적으로 잘 보이지 않아요. 아직 사회가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는 문제를 먼저 발견하는 ‘사회적 탐색 기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 기부문화 캠페인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A : “좋은 사업만으로는 비영리 생태계가 유지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결국 시민들의 신뢰와 참여가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한국 사회는 아직 비영리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지 않아요. 특히 운영비나 조직 인프라 투자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보수적이죠.”
Q : 올바른 기부문화는 무엇이라고 보나요.
A : “공익활동도 사람과 시스템이 있어야 지속됩니다. 활동가가 오래 일할 수 있어야 하고, IT 시스템도 구축해야 하고, 데이터 분석도 해야 하고요. 그런데 한국 비영리는 여전히 헌신만으로 버티는 구조가 강합니다. 재단 조사에 따르면, 시민들은 막연하게는 운영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어떤 비용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면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였어요. 결국 캠페인은 신뢰와 설명의 언어로 시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입니다.”
Q : 앞으로 재단이 어떤 조직이 되길 바라나요.
A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연결망을 만드는 조직이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를 단순히 지원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가 외면한 문제를 먼저 발견하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재단이요. 그렇게 되면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될 겁니다. 비영리 생태계를 움직이는 힘은 연결이라고 생각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