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투키디데스 함정'에 미중 지도자가 함께 답해야"
2024년엔 바이든에 "역사적 숙명 아냐…신냉전 안돼"라며 인용
[미중정상회담] 시진핑, 美대통령에 또 '투키디데스' 언급…'G2 인정' 노리나
트럼프에 "'투키디데스 함정'에 미중 지도자가 함께 답해야"
2024년엔 바이든에 "역사적 숙명 아냐…신냉전 안돼"라며 인용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9년 만에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에 이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거론하면서 '주요 2개국(G2)' 구도를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 상황에 관심이 쏠린다.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안부 인사를 건넨 뒤 곧바로 패권 경쟁에 따른 무력 충돌을 의미하는 투키디데스 함정을 언급했다.
시 주석은 "현재 100년 만의 변국이 더 빨리 전개되고 있고 국제 정세가 어지럽게 뒤엉켜있다. 세계가 새로운 갈림길에 이르렀다"며 "미중이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뛰어넘고 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역사·세계·인민들의 질문이며 (미중) 대국 지도자들이 함께 써야 할 시대적 답안"이라고 밝혔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고대 스파르타와 아테네 간 전쟁처럼 기존 강대국이 신흥 강대국의 부상을 우려해 견제에 나서면서 결국 무력 충돌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미중 충돌이 필연적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쓰인다.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바탕으로 제시한 개념으로, 2017년 그의 저서 '예정된 전쟁' 발간 후 더 유명해졌다.
지난 500년간 신구 세력이 갈등하는 상황이 16차례 발생했고 이 중 12차례는 전쟁으로 귀결됐는데 미중 충돌이 17번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노골적인 경고인 셈이다.
실제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회담이 미국 '일강' 체제에서 '미중 양강' 시대로의 실질적 전환을 알리는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앞서 중국은 '도광양회'(칼집에 칼을 감추고 힘을 기르며 기다림)에서 벗어나 '대국굴기'(대국으로 우뚝 섬)에 나섰고, 미중 고위급 논의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관련한 논의도 계속 등장하는 상황이다.
시 주석은 앞서 2013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 두 대국을 수용할 수 있다"며 '신형 대국 관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신형 대국 관계는 투키디데스 함정을 피하기 위한 중국식 제안으로 볼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미중 정상회담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대국, 특히 미중은 최대한 충돌을 피해야 한다. 나는 양국이 갈등을 잘 관리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무역전쟁과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 수출통제 강화 등으로 양국의 디커플링이 심화하면서 '신냉전' 관측이 힘을 얻은 상황이다.
와중에 시 주석은 2023년 당시 중국을 방문한 미국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일행을 만나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필연이 아니다. 넓은 지구는 미중이 각자 발전하고 번영하는 것을 완전히 수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이후 2024년 11월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퇴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투키디데스 함정은 역사적 숙명이 아니고 '신냉전'은 해서는 안 되고 이길 수도 없다"면서 대중국 봉쇄를 비판했다.
이처럼 그동안 미중 회담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이어가고 상호관세 등 일방주의 정책으로 국제적 비판을 받는 가운데 열린 만큼 시 주석의 발언이 더 주목을 끌었다.
한편, 한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외교 책사'로도 불렸던 홍콩중문대학 선전캠퍼스 공공정책학원 정융녠 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미 G2 구도가 이뤄진 만큼 미국이 제로섬적 사고를 버리고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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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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