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집안싸움’을 벌여온 원전 수출 체계를 바꾸기로 했다.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한전은 대외협상, 한수원은 건설 등 각자의 역할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14일 중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원전수출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식에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가운데)이 협약서에 서명한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왼쪽)과 김회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산업통상부가 14일 김정관 장관 주재로 ‘2026년 제1차 원전수출전략협의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원전 수출체계 효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원전 수출 때 정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대폭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우선 원전수출전략협의회 산하에 원전수출기획위원회를 신설하고 협상 전략 수립, 리스크 분석, 경제성 평가 등을 수행한다. 위원회에서 협상 지침을 만들면 한전 등은 이 가이드라인 안에서 실무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최근 원전 수주전이 기업 간 경쟁이 아닌 국가 간 협력 성격이 강해진 점을 반영했다.
해외 원전사업 개발과 주계약은 한전과 한수원이 공동으로 수행한다. 대외 협상은 인지도가 높은 한전이 주도하고, 건설과 운영은 노하우가 풍부한 한수원이 담당하는 형태다. 지분 투자는 자금력을 갖춘 한전이 맡게 된다. 모든 수출 프로젝트는 양사가 조인트벤처(JV)나 컨소시엄 형태의 독립 법인을 설립해 수행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물리적 결합이 아닌 화학적 결합을 통해 리스크를 공동 관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과 한수원이 나눠 담당하는 수출국도 통합 관리한다. 양사는 원전 수출 효율화를 위해 2016년부터 아랍에미리트(UAE)·미국·베트남 등 13개 국가는 한전이, 체코·필리핀 등 25개 국가는 한수원이 담당해왔다. 하지만 이런 지역 구분이 오히려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감사원은 최근 한수원 감사보고서에서 “한전과 한수원이 사업비, 협상 경험 등 핵심 정보 공유나 인력 및 기술정보 지원 등에서 협력하지 않아 입찰·협상의 비효율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연내 ‘원전수출진흥법’ 입법도 추진하기로 했다. 원전 수출 지원 방안과 함께 한전과 한수원의 중요 의사결정에 대한 정부의 감독권을 명문화할 방침이다. 다만 정부는 원전 수출 총괄기관이 한전이나 한수원, 혹은 제3의 통합기관이 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원전 수출 체계 효율화 방안의 성과를 지켜본 뒤 원전수출진흥법 입법 과정에서 추후 결정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수출 창구 일원화로 본격적으로 불붙은 원전 수출전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미국·체코·베트남 등 당면한 원전 수출 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K-원전 원팀 수출 체계를 정비했다”며 “궁극적으로는 입법을 통해 정부 지원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원전 수출 체계 개편은 한전과 한수원이 UAE 바라카 원전에서 발생한 추가 공사비 1조6000억원의 정산을 둘러싸고 벌이고 있는 갈등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양사는 이날 영국(런던국제중재법원)에서 벌여온 중재전의 중재지도 한국으로 변경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