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위로 ‘파업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성과급 갈등이 결국 총파업으로 치닫자 사측은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관리 체제에 전격 돌입했다. 정부와 경영진이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를 고수하면서다.
14일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는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대표이사) 앞으로 보낸 공문에서 “성과급(OPI) 투명화, 상한 폐지, 제도화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15일 오전 10시까지 대표이사가 직접 답변하기 바란다”며 “변화가 없으면 적법한 쟁의행위인 파업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노조 측에 추가 협상을 제안한 데 대한 답이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도 이날 노사 양측에 16일 2차 사후조정회의를 재개하자고 공식 요청했다. 중노위는 “노사 간 입장 차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진정성 있는 대화와 실질적 교섭의 장으로 다시 나와 달라”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삼성전자 노사의 타협을 간곡히 촉구합니다’라는 장문의 글을 올리며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만은 막아야 하며, 산업부 장관으로서는 만약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가 선을 그어왔던 것과 달리, 실제 발동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한 것이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노조는 30일간 모든 쟁위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김 장관은 이어 “파업으로 공장이 정지될 경우 하루 최대 1조원 정도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며 “현재 가공 중인 웨이퍼 전량이 손상된다면 최대 100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1700여 협력업체의 피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측은 합당한 보상을 제시하고, 노측은 회사의 미래와 지속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합리적인 배분을 요구해야 한다”며 노사 양측의 조속한 대화 재개를 호소했다. 경제 6단체도 노조의 총파업 철회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을 촉구하는 공동성명 발표를 검토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파업에 따른 공정 중단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이날부터 단계적으로 가동률을 낮추는 ‘웜다운(Warm-down)’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인 초입에 들어갈 웨이퍼 수량을 제한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최첨단 공정 위주로 라인을 재편하는 식이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연구원장은 “사이클이 꺾여 적자를 내는 시기에도 투자를 지속하려면 호황기 때 충분한 실탄을 비축해 둬야 한다”며 “반도체 산업은 단기 성과보다 장기 투자 지속 가능성이 훨씬 중요한 산업”이라고 짚었다. 삼성전자는 DS부문이 15조원가량 적자를 기록한 2023년에도 시설투자(CAPEX) 48조4000억원을 쏟아부었다.
공급 불안 우려는 중화권 업체의 ‘어부지리’로 이어지고 있다. 대만 경제일보는 이날 이번 주 중국 화창베이 시장에서 PC용 범용 D램인 DDR4 8Gb(기가비트) 호가가 약 20%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만 난야커와 중국 창신메모리(CXMT) 등이 공백을 파고들려 할 것”이라며 “AI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한번 이탈한 고객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