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주 한인 등 재외동포들에게 큰 불편 사항으로 꼽혀온 한국 금융·행정 절차가 뒤늦게 디지털화되고 있다.
최근 재외국민의 공공 웹사이트 본인 인증 제한이 완화〈본지 5월 7일자 A-2면〉된 데 이어 금융위임장까지 전자화되면서 재외동포 대상 행정·금융 서비스 간소화가 이제서야 본격화하고 있다.
재외동포청·금융위원회·금융결제원은 지난 13일 8개 은행과 함께 ‘디지털 영사인증 금융위임장 서비스’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해외 체류 재외동포는 재외공관에서 인증받은 금융위임장을 전자문서 형태로 한국 은행에 바로 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재외동포들은 금융위임장을 국제우편으로 보내야 해 처리에 몇 주가 걸리고, 분실·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있었다. 특히 부동산 계약, 상속, 계좌 업무 과정에서 불편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한인들에 대한 구시대적 정책 개선의 목소리가 높았다.
권영철(48·풀러턴)씨는 “이런 조치는 10여 년 전부터 가능했어야 했다”며 “한국이 IT 선진국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해외 한인들에 대한 정책 개선에는 너무 미온적이었다”고 말했다.
한인들은 그동안 한국 부동산 매매·임대, 위임장, 상속 관련 업무를 처리할 때마다 직접 한국을 방문하거나 재외공관을 매번 방문해야 했다. 이로 인해 재외동포 700만 명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한국 정부의 디지털 행정은 정작 국내 거주자 중심으로 설계돼 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주민등록번호와 한국 휴대전화 본인 인증을 전제로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한인들은 행정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것이다.
이번에 바뀐 새 서비스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위임장 진위를 은행이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다. 우편 절차가 사라지면서 업무 처리 속도도 빨라지게 됐다. 우선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IBK기업·부산은행과 우정사업본부가 참여하며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정경자(69·LA)씨는 “시니어들에게는 특히 매번 공관을 방문하는 일과 복잡한 인증 절차 자체가 큰 장벽이었다”며 “한국 정부가 이번 금융 절차 간소화뿐 아니라 재외선거 제도 등도 편의성을 고려해 개선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인 사회에서는 재외국민 등을 독립적인 정책 대상으로 보는 근본적 행정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또 재외동포청이 출범했지만 현장에서의 체감 변화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 LA총영사관 측은 재외동포 사회의 주요 민원으로 선천적 복수국적, 국적이탈, 이중국적 연령 기준 완화 등을 꼽았다. 또 한국 부동산 취득, 금융 본인 인증, 신분증 공증, 위임장 절차와 관련한 불편도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전했다.
LA총영사관 권민 영사는 “재외동포청은 동포 민원과 어려움을 전담해 정책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초기 단계”라며 “전담 기구가 생기면서 현지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있고, 더 많은 정책 반영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