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3시께 전남 장성군에 있는 한 마을 입구의 밭에서 80대 노인이 오른쪽으로 넘어진 경운기의 적재함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지난 13일 오후 6시께 경남 하동군의 한 도로에서도 70대 노인이 경운기에 깔려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
농촌에서 경운기와 트랙터 등 농기계를 몰다가 발생하는 인명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발생한 농기계 교통사고는 모두 1628건이다.
사고건수와 사망자 수는 대체로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문제는 치사율이다. 치사율은 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다. 5년간 농기계 교통사고의 치사율은 평균 15.4%다. 사고 100건당 15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에 발생한 승용차 사고 치사율(0.96%)과 비교하면 무려 1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 전체 교통사고의 평균 치사율(1.4%)보다도 11배나 높다.
농기계 교통사고는 특히 농번기인 5월과 10월 등에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4~5월은 모내기와 농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10월은 추수철이라서 새벽·야간 작업과 장시간 운전이 늘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유독 높은 치사율 못지않게 농기계 교통사고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사망자의 89%(222명)가 다른 차량이나 사람과의 충돌이 아닌 ▶공작물 충돌 ▶도로이탈 추락 ▶전도·전복 등의 ‘단독사고’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농기계를 몰고 가다 경사로에서 전복되거나, 좁은 농로 등을 통과하던 중 추락하고, 작업 중 옷이나 신체가 말려 들어가고, 길 위에 있는 다른 구조물을 들이받는 탓에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얘기다.
이러한 농기계 단독사고의 치사율은 36.9%나 된다. 사고 100건당 37명이 사망했다는 의미로 전체 농기계 교통사고 치사율과 비교해도 2배를 훌쩍 넘는다. 농기계를 제외한 전체 차종의 교통사고 사망자 중 단독사고 비율은 22.3%, 치사율은 7.5%다.
공단에 따르면 농기계 교통사고의 치사율이 높은 이유는 낡은 농기계가 많고, 안전띠 등 보호장구는 빈약한 데다 조작법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기계 교통사고 사망자 중 안전띠 착용은 4.8%에 불과했다.
농기계 운전자의 상당수가 65세 이상 노인이기 때문에 시력과 청력 저하, 인지반응 시간 증가 등으로 인해 돌발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점도 이유로 꼽힌다. 음주운전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라고 한다.
경운기나 트랙터 같은 농기계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로 분류되지 않아 운전면허 없이도 운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농기계를 타고 도로를 달릴 때는 도로교통법과 안전수칙을 반드시 지켜야만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경운기가 전복돼 2명이 숨진 사고 현장. 연합뉴스
또 안전띠 등 보호장구를 보강하고 안전모를 착용하며, 출발 전에 제동 및 등화장치와 반사판 등 안전장비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적재물은 단단히 고정하고, 술을 마셨거나 피로한 때는 운전을 하지 말아야 한다.
공단 관계자는 “농기계는 옆으로 넘어지거나 뒤집어질 때 탑승자가 밖으로 튕겨 나가면서 적재함 등에 깔리기 쉽기 때문에 짧은 거리나 저속 운행이라도 반드시 안전띠를 매야 한다”고 말했다.
농기계로 좁은 농로와 경사진 길 등을 이동할 때는 진입 전에 미리 속도를 줄이고, 시야 확보가 어려운 이른 새벽이나 늦은 저녁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자동차 운전자도 농촌 부근을 지날 때는 농기계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제대로 알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방어운전을 하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