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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라는 말이 무색했다, 팬들은 “어찌합니까”

중앙일보

2026.05.17 08:01 2026.05.1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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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임재범이 16일 열린 ‘나는 임재범이다’ 앵콜 콘서트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그는 이번 공연을 끝으로 은퇴한다. [사진 블루씨드엔터테인먼트]

가수 임재범이 16일 열린 ‘나는 임재범이다’ 앵콜 콘서트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그는 이번 공연을 끝으로 은퇴한다. [사진 블루씨드엔터테인먼트]

“저는 이제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갑니다. 그렇지만 오늘 우리가 함께 있던 시간들은 잘 간직하고 살아가겠습니다.”

‘은퇴 공연’이란 말이 무색한 시간이었다. 16~1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데뷔 40주년 투어 앵콜 콘서트 ‘나는 임재범이다’ 를 끝으로 가수 여정을 마무리하는 임재범(64)은 마지막 무대에서 “오늘을 특별하게 만들기보다 늘 그래왔듯이, 여느 날과 다름없이, 노래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1986년 헤비메탈 밴드 시나위의 보컬로 데뷔한 임재범은 지난 1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많이 고민한 끝에 이번 40주년 공연을 끝으로 무대를 떠나려고 한다”라고 은퇴를 선언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 11월 대구를 시작으로 인천·서울·부산·수원, 고양·광주·울산·창원·청주·전주·대전으로 이어진 전국 투어를 마무리한 뒤, 다시 마련된 앵콜 무대다.

3시간 가까이 이어진 17일 공연에서 임재범은 데뷔곡인 ‘크게 라디오를 켜고’부터 올 1월 초 발표한 ‘라이프 이즈 어 드라마’까지 총 20곡을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불러냈다. 폭발적인 성량, 거칠고도 감성적인 음색은 유지하면서도 록·발라드·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를 폭넓게 훑었다. 고음 부분을 코러스에게 맡기거나 마이크를 관객석으로 돌리는 등 ‘어물쩍’ 넘어가는 요령 따위 없었다.

콘서트 첫 곡은 임재범이 7년 간의 공백을 깨고 발표한 앨범 ‘세븐 콤마’(2022)에 수록된 발라드 ‘내가 견뎌온 날들’. 이날 임재범은 가슴께까지 기른 백발을 늘어뜨린 ‘록커’의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그는 이 곡의 후렴 가사 “우리 언젠가 꼭 만나자/다른 곳에 잠시 있다가/그래 우리 다시 만나자”는 마지막 인사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모든 노래가 그의 인생 같았다. 2017년 고인이 된 그의 아내와의 러브스토리를 떠올리게 하는 히트곡 ‘너를 위해’ ‘사랑’ 등에서는 특유의 감정 표현으로 관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긴 무명 시절, 공백기를 겪은 임재범의 곁을 묵묵히 지켰던 아내였다. 임재범은 2011년 ‘나는 가수다’(MBC)에 출연할 당시 아내의 투병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극단적인 난이도로 이른바 ‘노래방 금지곡’으로 불리는 ‘고해’에서는 그만의 절절함이 절정에 달했다. 전주가 흘러나오자 임재범은 관객을 등진 채 무대 뒤 스크린에 띄워진 성모 마리아상을 바라봤다. 긴 전주 끝에 그가 첫 소절 “어찌합니까”을 내뱉자 객석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다소 빠른 템포로 편곡된 버전임에도 임재범은 고음과 감정선 모두 흔들리지 않고 소화해냈다.

임재범은 각 노래가 끝날 때마다 정중하게 목례하며 매번 감사함을 표했다. 그는 “이번 투어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돌아오지 않을 영원한 하루’였다”며 “매번 죽을 힘을 다해서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노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사람을 이야기하는 가수이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그 꿈이 조금은 이뤄진 것 같다”고 했다. 콘서트 말미에 깜짝 공개된 인터뷰 영상에서는 ‘공연 후 뭐하냐’는 공연 제작진의 질문에 “공연 후기 일일이 찾아보고 재활용 쓰레기 버린다”며 평범한 일상을 공개했다.

그의 마지막 공연을 함께한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관객석에선 울음 소리가 심심찮게 들렸고 일부 팬들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최민지.정은혜(choi.minj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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