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영국 울버햄프턴의 한 지역 신문 귀퉁이에 작은 광고가 실렸다. "돈이 없어 골프를 포기해야 할지 모르는 8살 아들을 도와줄 분을 찾습니다."
그 아이가 메이저 챔피언이 됐다. 애런 라이(31·잉글랜드)가 18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아로니밍크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최종 라운드 5언더파 65타, 합계 9언더파로 2위 존 람 등을 3타 차로 따돌렸다. 첫 메이저 타이틀이다.
라이에겐 두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양손에 낀 검은 장갑, 그리고 아이언마다 씌워진 헤드커버다. PGA 투어에서 양손 장갑을 끼는 선수는 거의 없고, 프로가 아이언에 커버를 씌우는 일도 드물다.
둘 다 아버지와 관련이 있다. 광고를 본 한 장갑 제조업체가 양손용 검은 장갑을 보내왔다. 라이는 그때부터 양손에 장갑을 끼고 연습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실수로 한 짝만 챙겨왔고, 그날 플레이를 완전히 망쳤다. 양손 장갑은 그렇게 루틴이 됐다.
애런 라이. AFP=연합뉴스
라이는 "양손 장갑을 벗으면 그립 감각이 나빠져서"라고 기술적인 이유를 대곤 했다. 하지만 인조 가죽 검정 장갑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용 가능했고, 선수들이 쓰는 양피 장갑 보다 오래 쓸 수 있었다. 검정 장갑은 어려운 시절을 잊지 않으려는 그의 의지인지도 모른다. 23년 동안 매일 장갑을 끼고 벗을 때마다, 그는 손끝으로 전해지는 아버지의 지독한 사랑과 헌신을 기억했을 것이다.
아버지는 라이가 7~8살 때 타이틀리스트 690 MB 아이언을 사줬다. 인도, 케냐 출신의 이민자로 사회복지사였던 아버지에겐 아주 비싼 물건이었다. 아버지는 밤마다 클럽에 베이비 오일을 바르고 바늘로 그루브의 이물질을 하나하나 파냈다. 그리고 커버를 씌워뒀다.
라이는 지금도 매 샷 후 직접 아이언 커버를 끼운다. "내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의 겸손과 이로 인한 노력이 그를 메이저 챔피언으로 만든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잰더 쇼플리는 “성공할 줄 알았고 기쁘다. 나를 포함해 다른 선수들 보다 훨씬 연습을 열심히 한다. 퍼트연습을 하고 밤 9시에 들어와 9시45분에 헬스장으로 가더라”고 말했다.
2017년, 어머니의 고향 케냐에서 열린 유럽 투어 케냐 오픈에서 첫 프로 우승을 했다. 어머니의 날이었다. "우승 트로피보다 어머니와 이 순간을 함께한 것이 더 값졌다"고 말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합계 4언더파 공동 7위, 김시우는 1오버파 공동 35위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