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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 장애 초래 ‘근감소증’ 걷기로 근육 지켜야 [Health&]

중앙일보

2026.05.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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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이규평 새길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50대부터 근육 줄며 전신 쇠약 불러
걸으면 근섬유 자극, 기능 유지 도와

이규평 새길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이규평 새길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외래 진료실에서 노인 환자의 무릎 X선 사진을 펼치면 관절 간격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대퇴골을 감싸야 할 근육의 그림자가 지나치게 얇다는 것이다. 뼈는 아직 버티고 있는데, 그것을 지탱해야 할 근육이 이미 사라져버린 것이다.

근감소증을 노화에 의한 단순한 부산물로 보면 안 된다. ▶낙상 ▶골절 ▶보행 장애▶대사 기능 저하 ▶전신 쇠약으로 이어지는 엄연한 임상적 질환이기 때문이다. 하지 근육 중 가장 두드러지게 약화하는 건 대퇴사두근이다. 50대 이후 근육량은 연간 약 0.5~1%씩 감소한다. 특히 속근섬유의 위축이 두드러져 단면적 기준으로 젊은 성인 대비 최대 29%까지 감소할 수 있다. 이는 순발력과 보행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대퇴근육의 약화가 증상 없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환자들은 “무릎이 시리다” “계단이 무섭다” “앉았다 일어나기가 힘들다”고 호소하지만, 이미 근력이 상당 부분 소실된 뒤다. 임상에서 ‘일어서서 걷기 검사(TUG)’를 시행하면 예상보다 훨씬 많은 50대 이상이 기준치를 하회한다. 근감소는 대퇴사두근에서 가장 두드러지지만 햄스트링과 고관절 외전근 역시 동시에 약화된다. 이들의 복합적인 기능 저하는 골반 안정성을 무너뜨리고, 하지 운동 사슬 전체의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걷기는 하지 근육 전체를 동원하는 복합 운동이다. 발뒤꿈치가 닿는 순간부터 발끝이 떠날 때까지 대퇴사두근·햄스트링·대둔근·중둔근·종아리 근육이 순서대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이 리드미컬한 반복이 근섬유를 자극하고 하지 근육 전체의 기능을 유지한다. 또한 걷기의 반복적인 하중이 관절 연골을 자극해 활막액 순환을 촉진하고, 연골 건강을 유지시킨다.

근감소 예방에서 ‘무조건 많이’는 정답이 아니다. 관절염이 진행된 환자에게 무제한적인 보행을 권하는 것은 오히려 연골 손상을 가속할 수 있고, 심한 통증을 참으며 걷는 것은 근육을 지키는 게 아니라 상황을 악화시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노인에게 주당 150분, 즉 하루 30분·주 5회의 중등도 유산소 운동을 권고한다. 30분의 빠른 걸음은 약 3000보에 해당한다. 단, 중등도 이상의 슬관절염이나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정형외과 전문의와 상담 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미 근감소가 진행된 경우라면 걷기에 더해 하지 근육을 직접 자극하는 저항 운동을 주 2~3회 꾸준히 병행하면 좋다. 특히 무릎이 아픈 사람은 안장을 높여 실내 자전거 타기, 누운 자세에서 다리 들기(20회 이상), 수영처럼 관절에 무리 없는 동작부터 시작하면 된다. 걷기가 근육을 지킨다면 저항 운동은 근육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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