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스포츠 시설에서 입주 1주년을 기념한 ‘메이플자이 x 원베일리 입주민 화합 스포츠 행사’가 열렸다. 이규림 기자
서울 강남의 초고가 신축 아파트 단지 사이 체육대회가 열렸다. 현장엔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와 플래카드까지 등장해 각자 팀을 응원하는 주민들 열기가 뜨거웠다.
6일 래미안 원베일리 커뮤니티에 올라온 스포츠 행사 공지문. 사진 커뮤니티 캡처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메이플자이에서 인근 래미안 원베일리 주민과 함께하는 ‘메이플자이 x 원베일리 입주민 화합 스포츠 행사’가 열렸다. 6일 래미안 원베일리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공지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메이플자이가 입주 1주년 기념으로 원베일리 주민을 초청해 개최한 친선 교류 체육대회다.
이날 주민들은 메이플자이 스포츠 시설에서 스크린골프·농구·탁구 등 대결을 벌였다. 스크린골프는 선착순으로 참가자를 받았고 탁구는 양 단지 동호회 회원, 농구는 우지원농구아카데미에 다니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메이플자이 내 스포츠 시설은 원래 입주민 얼굴 인증으로 열리지만 이날만 두 단지 주민들에게 개방됐다.
농구 경기에서 관중이 경기 중인 아이들을 응원하는 모습. 한 학부모는 자녀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이규림 기자
오전 9시부터 농구 경기가 열리는 실내 체육관에선 뜨거운 응원전이 벌어졌다. 60여명이 넘는 관중들은 각자 속한 아파트 스티커를 상의에 붙인 채 선수들 몸짓 하나하나에 탄식과 환호를 연발했다. 한 학부모는 “너만 보여 박00”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자녀를 응원했다. 골대 뒤에서 일명 ‘대포 카메라’를 들고 자녀 사진을 찍는 부모도 있었다.
응원에 힘입은 아이들은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초등 5·6학년 경기에서 전반전 원베일리가 6:0으로 뒤지다, 후반전에 8:8까지 따라붙자 양측 학부모들은 주먹을 쥐고 “끝까지…”를 외쳤다. 마지막 1분간 양측이 1점씩을 더 내고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뺨이 달아오른 채 상대 팀과 악수하고 포옹했다.
16일 오전 메이플자이 실내체육관에서 초등 5·6학년 농구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메이플자이 선수는 주황 조끼, 원베일리 선수는 노란 조끼를 입었다. 이규림 기자
경기에선 우지원농구아카데미 강사 5명이 코치, 심판, 기록자 등을 맡았다. 코치진은 선수를 교체하고 작전을 지시하며 프로 경기에서처럼 선수들을 이끌었다. 중등부 경기에서 원베일리가 메이플자이에게 1점 앞서자, 원베일리 팀 코치는 30초간 작전타임에서 선수들에게 과감함을 주문했다. “자신감이 없어졌어. 과감하게 하면 돼. 수비는 지금처럼, 안 밀리는 거 잘했어.” 중등부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초등부 선수들은 팀별로 다른 방에서 다음 게임 연습에 한창이었다.
래미안 원베일리와 메이플자이는 평당 2억원이 넘는 초고가 신축 아파트 단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8월 완공된 원베일리의 최신 거래가는 평당 약 2.3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6월에 지어진 메이플자이도 지난달 평당 약 2.1억원에 거래됐다.
왼쪽은 지난해 6월 완공된 메이플자이, 오른쪽은 2023년 8월 지어진 래미안 원베일리 전경. 사진 뉴스1, 중앙포토.
강남 신축 아파트 중 거래가 양대 산맥을 이루는 두 단지 간 체육대회에 외부 시선도 집중됐다. 교류전 소식을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아파트 버전 고연전(연고전)’이냐. 원메전이냐 메원전이냐” “그들만의 리그”라며 박탈감이 느껴진단 반응을 보였다. “건전하고 좋다” “참신하다”며 긍정적인 답글도 있었다.
입주민들은 아이들이 뛰어놀 기회가 생겨 반갑단 반응이었다. 5학년 아들이 참가하는 농구 경기를 보러 온 메이플자이 입주민 김모(40대·여)씨는 “요즘 운동회가 많이 작아지고 아이들이 학원 가느라 바쁘니 단체 활동할 기회가 거의 없는데, 이런 자리가 생겨 좋다”고 했다. 반면 일부에선 ‘초고가 아파트 간 행사’에 이목이 쏠리자 주변 시선을 의식한 듯 조심스러운 반응도 있었다. 3학년 아들과 함께 온 원베일리 입주민 A씨(40대)는 “우리끼리 운동하는 걸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이 있어 부담스럽다”고 했다.
초고가 아파트 입주민 간 교류가 화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원베일리는 지난 2023년 입주민들이 자신의 자녀를 같은 단지 주민과 결혼하도록 연결하는 ‘래미안원베일리 결혼정보모임회(원결회)’라는 중매 모임을 결성했다. 이 모임은 지난해 법인 ‘원베일리노빌리티’로 전환됐고, 원베일리 거주자나 소유자가 아니더라도 가입 가능하도록 자격이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