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섰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4%를 돌파했다. 중동전쟁이 길어지면서 물가도 치솟고 있다. 환율과 금리, 물가가 동시에 치솟는 ‘3고’ 현상이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18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집계 결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전장보다 0.022%포인트 오른 연 4.239%로 마감했다. 지난 12일 2년6개월 만에 4%를 넘어선 데 이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고채 3년물 역시 연 3.757%를 기록하며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채권시장은 이미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재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움직이고 있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5%를 돌파하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솟았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도 2.7% 선을 넘어서며 2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전 세계 채권 금리가 동시에 뛰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며 공급발 물가 상승 위험이 커졌고, 영국과 일본의 재정 신뢰성 문제는 세계 채권시장 불안을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환율 부담도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1500.3원에 마감했다.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를 자극해 국내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특히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높은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면 물가 압력이 더 심해질 수 있다. 환율 급등은 외국인 자금 이탈과 금융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인도 된다.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통화 완화보다 긴축 유지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물가 압력도 여전하다. 올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2024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외식비·보험료·주거비 같은 서비스 물가가 잘 내려오지 않고 있다. 에너지·식료품 가격이 안정돼도 서비스 가격은 임금과 임대료 등을 반영해 한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실제 근원물가도 2.2% 수준에서 정체되며 한은이 우려하는 ‘스티키 인플레이션(끈적한 물가 상승)’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 영향이 소비자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5월 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7%로 상향 조정하며 통화정책 완화 전환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앞서 밝혔다. 반도체 경기 회복과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경기보다 물가 대응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다.
한은 내부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최근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하는 것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김진일 신임 금융통화위원 역시 “금융이 큰 위기가 나지 않게 하려면 반클릭 정도는 (이자율을 높이고) 다른 쪽의 희생을 조금씩 감수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 비둘기 성향으로 분류됐던 신성환 전 금통위원마저 “현재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평가했다.
다만 오는 28일 한은 금통위에선 금리 인상보다 ‘매파적 동결’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금통위원들의 금리·물가 인식이 지난 2월과 비교해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 역시 “지금은 금리를 내릴 이유보다 올려야 할 이유가 더 강화되고 있다”며 “최소한 3분기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