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남북 관계를 ‘두 국가 관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정부 공식 입장을 담는 문서에 명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통일부는 어제 발간한 『2026 통일백서』에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관계 주장에 대해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관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한이 주장하는 ‘적대적’ 두 국가가 아닌 ‘평화적’ 두 국가라고 기재하긴 했지만,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가 아닌 ‘특수관계’로 규정한 정부의 기존 입장에 반한다는 점에선 매한가지다. 더구나 북한을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하는 것으로 명기한 헌법 조항에도 반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런 중차대한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논의나 합의 과정을 거친 흔적은 없다.
통일백서는 1990년부터 발간된 정부의 통일 및 대북 정책 기조를 대외에 천명하는 공식 보고서다. 통일부의 논리는 평화 정착을 위해 대화 상대인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한반도 평화 공존을 제도화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평화 공존을 위해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는 것과 북한을 특수 관계가 아닌 별개의 국가로 규정하는 건 다른 차원이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별개 국가로 인정되고 있으니 대한민국도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로, 우리 헌법의 근간에 닿는 문제다. 영토 조항인 헌법 제3조(“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물론,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추진하는 것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한 제4조와도 충돌한다. 통일부 논리라면 남북관계는 ‘외교 관계’가 된다.
통일부는 지난해 백서에서 ‘두 국가’론을 “장구한 역사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1년 만에 통일부의 입장이 정면으로 바뀌었다. 장구한 역사가 갑자기 사라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만약 북한이 향후 다시 ‘1민족 1국가 연방제’를 주장한다면 또 입장을 바꿀 것인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가 35년 동안 생명력을 유지한 건 북한과 합의하기 전에 여야 지도부 간 논의와 의견 수렴 등 국민적 합의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1987년 현행 헌법 제정과 91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이후 진보·보수 정권을 넘어 역대 정부에서 일관되게 유지해 온 입장을 바꾸자는 것인지 통일부는 분명히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