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 유혹해?” 친모 질투…성추행 당한 12세 딸 죽였다
중앙일보
2026.05.18 13:00
2026.05.18 18:25
인면수심(人面獸心). 사람의 얼굴을 하고 짐승의 마음을 품었다는 뜻이다.
비극적인 범죄의 현장을 마주하다 보면, 이 말조차 얼마나 안이한 표현인지 깨닫게 된다. 짐승은 새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다. 하지만, 인간의 잔혹함은 때로 그 본능마저 배반한다. 사람이니까, 혹은 사람이라서 저지를 수밖에 없는 범죄가 있다.
사건 발생 후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사건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일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은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가. 취재진을 끝없는 무력감에 빠뜨렸던 그날의 현장으로 들어가 본다.
밤이슬이 내리면 혼자 넘어서는 안 된다는 고갯길. 험한 고개를 넘다 죽음을 맞이한 이들이 널에 실려 내려왔다 하여 붙여진 이름, ‘너릿재’. 광주와 화순을 잇는 이 고개 아래 저수지에 차마 마주하기 힘든 진실이 잠겨 있었다.
2019년 4월 28일 오후 2시50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눈에 기괴한 물체가 포착됐다.
“딱 보니까 마네킹 같아요. 수면에서 한 30㎝ 밑으로 달랑달랑 수중에 서 있는 상태였죠.”
머리엔 검정 비닐봉지가 씌워져 있었다. 봉지 밑으로 흘러나온 가늘고 긴 머리카락. 희고 가는 발목엔 벽돌이 담긴 묵직한 자루가 끈으로 묶여 있었다. 다시는 떠오르지 말라는 살인자의 염원이었으리라.
수습된 시신은 겨우 열두 살,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었다.
세 시간 뒤, 한 남자가 제 발로 경찰서에 들어섰다.
“제가 죽였습니다.”
자수한 남자는 사망한 피해자의 계부였다. 18일 전 피해자 박서연(가명·12)양에 의해 신고된 성추행 가해자이기도 했다.
어릴 때 아빠와 살던 서연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던 2016년. 계부와 의붓언니·의붓동생이 있는 엄마 집으로 왔다. 그때부터 계부의 추행이 시작됐다.
밤마다 서연이가 자는 방을 몰래 찾던 그는 1년 뒤 아이가 목포 친부의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음란한 메시지를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목포까지 찾아와 추행을 저질렀고 성폭행도 시도했다. 결국 서연이는 계부를 경찰에 신고했고, 18일 만에 그의 손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시신이 떠오르면 가장 먼저 의심받을 사람이 누군지, 그도 알았으리라. 인양 세 시간 만에 김씨가 지구대 문을 열었다.
“걔가 저를 신고했잖아요. 화가 나서 성추행이 맞네 아니네를 다투다가 홧김에 그랬어요.”
“우발적인 살인이란 겁니까?”
“네.”
“그런데…목포 오자마자 철물점엔 왜 갔습니까?”
“네? 그건….”
“마대자루, 노끈. 장갑 청테이프…범행 도구 미리 준비하지 않았습니까?”
결국 한 사람이 더 체포됐다. 그날, 그와 함께 움직인 사람. 그의 아내이자 서연양의 친모, 유씨였다.
“저는 몰랐어요. 남편이 딸을 집까지 데려다주고 온다고 했거든요.”
친모의 변명을 들었을 때, 취재하던 PD·작가들은 할 말을 잃었다. 어떤 엄마가 성추행당한 딸을 가해자와 단둘이 보낸단 말인가?
딸을 살해한 범인을 여전히 남편이라 부르는 모습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재혼한 남편과 함께 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친모 유씨(사진 오른쪽)와 계부가 광주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그런데 얼마 뒤 전해진 재판 결과는 놀라웠다.
법원은 친모 유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살인을 실행한 김씨와 동일한 형량이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계속)
“그년이 진짜 X 같은 년이네. 죽여버려도 시원찮네.”
친모가 서연의 의붓언니에 보낸 충격적인 문자. 그리고 사건이 7년 지난 지금, 친모는 억울하다며 여전히 신문사와 방송국에 편지를 보내고 있다. 믿기지 않는 딸 살해 전말과 그녀가 교도소에서 은밀하게 만나고 있는 인물의 정체. 친모의 소름 돋는 행각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7998
‘당신은 사건 현장에 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
장윤정.최삼호([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