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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공동응원단? 우린 경기만 집중”…지소연 “북한이 욕하면 욕하겠다”

중앙일보

2026.05.18 20:59 2026.05.19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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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챔피언스리그 4강 기자회견에서 내고향여자축구단 리유일 감독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챔피언스리그 4강 기자회견에서 내고향여자축구단 리유일 감독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우리는 철저하게 경기 하러 왔고,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하겠다.”

19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기자회견에 참석한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리유일 감독은 공동응원단 관련 질문에 “응원단 문제는 우리가 감독으로서 선수로서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대북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공동응원단은 20일 오후 7시 내고향과 수원FC 위민의 4강전이 열릴 수원종합운동장의 7000석 중 3000석을 예매한 상태다. 통일부로부터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해 최대 3억원까지 지원 받는 이들은 “잘한다 수원”, “힘내라 내고향”을 번갈아 외칠 계획이다.

북한 여자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한 리 감독은 2024년 기자회견 당시 한국 기자가 북측이라고 부르자 “북한팀이 아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니까 국호를 정확히 부르지 않으면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반발했던 인물이다.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리유일 감독과 김경영이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리유일 감독과 김경영이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내고향은 지난 17일 입국 후 침묵으로 일관했고, 훈련도 가림막으로 막았다. 입국 약 40시간 만에 처음 입을 연 리 감독은 “참가 4개팀 실력은 누구나 일등과 우승을 노릴 수 있다”고 했다. 리 감독은 AFC 관계자에게 요청해 질문 2개만 받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공격수 김경영 역시 무표정으로 “인민, 부모 형제들의 믿음과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단답으로 답했다. 김경영은 2017년 17세 이하 아시안컵 결승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에서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동석한 북한 관계자의 옷에는 김일성과 김정일 얼굴이 그려진 배지가 달려있었다.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김경영이 19일 경기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김경영이 19일 경기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이날 취재진 100여명이 몰렸고, 경기장 공간이 협소해 야외에 임시 기자회견장도 만들어졌다.

수원FC 주장 지소연은 “내고향에는 국가대표 선수가 많다. 북한 선수들은 항상 굉장히 거칠고 욕설도 많이 한다. 우리도 물러서지 않고 욕하면 욕해주고, 발로 차면 발로 차고 대응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과거 남북 대결에서 북한 선수가 “죽이고 나가자” 소리치면, 한국 선수가 “우리도 죽이자”고 받아칠 만큼 늘 분위기가 살벌했다. 지소연이 뛴 한국은 북한과 A매치 9경기에서 3무6패에 그쳤다.

박길영 수원FC 감독은 “지난해 11월 미얀마에서 열린 조별리그 0-3 패배 당시 우리 선수들이 약간 쫄고 겁을 먹었다. 양 팀 모두 전략과 전술로 대응하기 보다는 ‘총성 없는 경기’였다”며 “하지만 우리는 8강에서 지난 대회 우승팀 중국 우한 장다을 4-0으로 이겼다. 안방에서는 강력하게 대응하고 기필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원FC는 올 초 지소연, 최유리, 김혜리 등 국가대표를 보강했다. 2012년 평양 연고로 창단한 내고향은 2022년 군팀 4·25를 꺾고 우승했다.

19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기자회견에서 수원FC 위민 박길영 감독과 지소연 선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19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기자회견에서 수원FC 위민 박길영 감독과 지소연 선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내고향은 이날 오후 4시부터 5시30분까지 수원월드컵 트레이닝 필드에서 공식 훈련을 하는데, 초반 15분간 훈련은 의무 공개다.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지만 수원FC는 애초 묵기로 했던 호텔도 다른 호텔으로 바꿔야 했다. 내고향이 호텔의 위층과 아래층을 모두 비울 것을 요구하며 예민하게 반응했고, AFC가 동선분리 차원에서 요청해 오면서 내려진 결정이다.

19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기자회견에서 수원FC 위민 지소연 선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19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기자회견에서 수원FC 위민 지소연 선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스포츠가 남북 긴장 국면을 완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해온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이 우승한 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이어졌다. 그러나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구성돼 공정성과 ‘정치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2국가’를 선언한 상황에서, 북한은 이번 경기를 남북 개선보다 불참시 부과되는 벌금과 제재를 피하고, 세계 최정상급 북한 여자축구 선전에 초첨을 맞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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