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격전지 분석① 서울 대한민국 심장 서울에서 벌어질 여야 일대일 승부 鄭 “행정은 디테일에 있어… 시민 가려운 곳 긁어 줄 것” 吳 “여론조사 오차범위 내 진입, 서울 전문가는 바로 나”
더불어민주당 정원오(왼쪽)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5월 6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제54회 어버이날 기념행사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서 서울시장이 갖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단순히 인구 930만 명(4월 기준)의 광역단체장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차기 대권주자로 올라설 기회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대결하는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도 예외가 아니다. ‘순한 맛 이재명’이라는 별명을 얻은 정원오 후보는 당선 시 대권주자 가뭄에 시달리는 친명계에서 매력적인 카드로 올라서게 된다. 오세훈 후보 역시 ‘헌정사 최초 서울시장 5선’이라는 금자탑을 쌓게 된다면,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보수 진영 내에서 재건의 구심점이 된다. 어쩌면 두 후보 정치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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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동산 정책이 분수령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의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성수동 신화’를 앞세운 정원오 후보가 선거 초기에 판세를 굳히는가 싶더니, 최근 ‘관록’을 앞세운 오세훈 후보에게 추격을 허용하면서 판세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격차는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난다. CBS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12~13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14일 발표한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정 후보는 44.9%, 오 후보는 39.8%로 5.1%p 격차를 보였다(오차범위 ±3.1%p). 지난달 22~23일 실시된 조사에서 10.2%p(정 후보 45.6%, 오 후보 35.4%)였던 격차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정 후보 지지율이 답보하는 동안 오 후보 지지율이 4.4%p 올랐기 때문이다. 오 후보의 상승세는 중도층이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층에서 정 후보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0.5%p 하락한 48.4%, 오 후보는 5.3%p 오른 38.3%로 집계됐다(무선전화 10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5.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월간중앙〉이 구글 등을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 정 후보에 대한 긍정 연관어는 △성동의 기적 △스마트포용도시 △유능한 행정가 △착착개발로 나왔다. 3선 구청장으로서 입증된 행정력과 생활 밀착형 체감 정책이 긍정 여론을 견인하고 있다.
오 후보 긍정 연관어는 △피지컬AI 선도도시 △신통기획 △안심소득 디딤돌복지 △시정 연속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4선 시장으로서 보여주는 미래 비전이 긍정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착착개발’, ‘신통기획’ 등 부동산 공약이 두 후보 모두에게서 긍정 연관어로 나온 것이 인상적이다. 서울시장 선거의 승패를 결정짓는 불변의 상수는 부동산이다. 서울은 다른 지역과 달리 ‘거대 담론’보다는 ‘내 집 앞의 민생’과 ‘자기 삶 중심의 정책’에 반응하는 경향이 짙다. 보유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높은 서울시민에게 부동산 정책은 가장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정 후보는 ‘착착개발’을 대표 부동산 공약으로 발표했다. 관련 법 개정과 각종 인허가 통합으로 정비사업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후보는 “평균 15년 이상 걸리던 정비사업 기간을 10년 이내로 단축하겠다”며 “구역 지정에서 멈추는 행정이 아니라 착공과 입주까지 착착 책임지는 행정으로 바꾸겠다”라고 설명했다.
오 후보는 기존 정책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신통기획 2.0’을 내놨다. 2031년까지 총 31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오 후보는 “여러 번 강조했듯 (서울 부동산을 잡을 수 있는 건) ‘닥공’, 즉 ‘닥치고 공급’이다”라며 “착공 목표 31만 가구 가운데 순증 물량은 8만7000가구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2030년까지 착공하겠다던 3만2000가구의 두 배가 넘는 수치”라고 강조했다.
두 후보의 부동산 공약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재시행하면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한강벨트’ 민심이 들썩이기 때문이다. 용산에서 전세를 사는 40대 이모씨는 “집주인이 부담된다며 전세금을 올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요즘처럼 (전세) 매물이 눈 씻고도 없는 상황이고, 또 애가 학교에 다녀서 이사 가기도 힘든데 (전세) 만기 때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했다.
오세훈 캠프 핵심 관계자는 “포털에 정부의 양도세 중과 재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과 전셋값이 올랐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며 “주택소유자는 양도세 중과로 부담을 느끼고, 무주택자는 주택 가격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멀어지고 있다. 이렇듯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오세훈 후보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부의 양도세 중과 재시행으로 ‘정원오 VS 오세훈’에서 ‘이재명 VS 오세훈’으로 포커스가 옮겨가고 있다”며 “오 후보가 체급을 올릴 기회다. 정부의 부동산 실책에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와 서울 구청장 후보들이 5월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소득 없는 은퇴 1주택자 재산세 감면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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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 신화 먹힐까?
반면 정 후보는 ‘유능한 행정가의 면모’로 승기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정 후보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11년간 이뤄낸 성동구의 변화다. 성동구가 괄목하게 변화했다는 것은 서울시민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렇듯 성동구에서 성공을 거둔 ‘디테일’한 행정가의 문법을 서울 전역으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정원오 캠프 측은 ‘성동구 성공 신화’의 배경으로 시민과의 직접 소통을 꼽았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정 후보가) ‘순한 맛 이재명’으로 불리는데, 실제로 소통하는 방식이 이재명 대통령과 닮았다”며 “이 대통령이 SNS를 통해 시민과 직접 소통하는 것처럼 정 후보도 전화번호를 공개해서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시민 중심 행정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서울이 지역구인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 후보의 진정한 강점은 민원 해결과 이해관계 조정에 있다”며 “정 후보는 평소 ‘설득하는 과정에 따라 찬:반 3:7을 7:3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행정’이라고 말해왔다. 정 후보의 이러한 능력은 서울 내 이해관계가 첨예한 곳에서 빛을 발할 것”이라고 했다.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분위기가 과열되는 양상이다. 네거티브 공세가 벌어지면서 선거판이 혼탁해지는 모양새다. 이는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14일 기준 정 후보 부정 연관어는 △토론회 기피 △31년 전 과거사, 오 후보의 부정 연관어는 △토론회 압박 △시정 교체론으로 나타났다. 이들 부정 연관어는 오 후보와 국민의힘의 공세에서 비롯됐다. 각 진영의 지지자들이 SNS에서 결집하면서 상대 후보에 대한 부정적 언급이 늘어난 결과다.
토론회 기피는 오 후보가 제안한 양자 토론을 정 후보가 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오 후보는 “선관위 주최 TV토론이 사전투표 전날 밤 11시에 진행된다”며 “서울시민의 알 권리를 생각한다면 정 후보가 양자 토론을 재고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오 후보의 제안을 접한 정 후보는 오 후보의 과거 발언을 들춰내며 비판에 나섰다. 정 후보는 12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불과 한 달 전에 윤희숙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 후보 등 경쟁자들이 토론회를 열자고 했더니 본인(오 후보)께서 ‘토론회만 능사가 아니다’라며 토론을 안 했다”며 “(양자 토론을 제안하기 전에) 본인이 과거에 하신 말씀부터 돌아보시라”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5월 11일 서울 구로구 한 빌라 앞에서 열린 ‘부동산지옥 시민대책회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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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5선’ 걸림돌은?
‘31년 전 과거사 논란’은 정 후보에게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정 후보의 과거 폭행 사건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재섭·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관련 내용이 담긴 구회의 속기록과 피해자 녹취를 공개하며 “정 후보는 즉각 사퇴하라”고 압박하면서다.
이에 민주당은 또 다른 동석자인 김석영 전 양천구청장 비서실장의 입장문을 공개하며 “정 후보는 폭행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입장문에서 “그날의 자리를 마련한 것도 나였고, 당시 5·18 민주화운동을 둘러싼 격렬한 정치적 논쟁 끝에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폭행을 주도한 것 역시 나였다“고 했다. 정 후보는 해당 의혹을 제기한 김재섭·주진우 의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시정 교체론’은 오 후보가 넘어야 할 산이다. 4선 서울시장이라는 타이틀은 시민들에게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오세훈 말고는 인물이 없느냐”는 변화의 목소리로 표출될 수 있다. 정 후보는 지난 11일 민주당 서울 지역 공천자대회에서 “이번 서울 선거의 시대정신은 지방정부 실력 교체”라며 “무능한 현 시장 체제를 바꿔 시민들이 효능감을 느끼는 서울시 행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여야 상황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변수다.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2선 후퇴 요구에도 중앙선대위를 출범시킨 장동혁 대표는 최근 외신기자간담회에서 “계엄이 국민에게 상처를 주고 어떤 혼란을 가져왔는지는 모르겠다”고 해 논란이 됐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경우 조작기소 특검법을 강행한 결과 중도층 표심 이탈과 보수 결집을 불러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양당 상황은 결국 정원오-오세훈 후보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 성패를 짐작게 하는 바로미터다. 서울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 노선이 힘을 받겠지만, 만약 패배한다면 정국 주도권을 오 시장에게 내줄 수도 있다.
과연 정 후보의 ‘디테일 행정’일까, 아니면 오 후보의 ‘검증된 실력’일까. 격차가 줄어드는 판세 속에서 서울시민의 마음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두 후보 모두 세 결집에 성공한 상황에서 최후의 승자는 중도층의 선택으로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