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무게 23㎏ 가량의 냉장고를 옮기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변수가 많은 산업 현장에서도 작업하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보스턴다이내믹스]
#1. “음료수 가져다줘” 이 말을 들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무릎을 굽힌 뒤 23㎏짜리 냉장고를 부드럽게 들어 올렸다. 쌀 한 포대보다 무겁지만 걸음걸이가 흔들림이 없다. 테이블 앞에 선 뒤엔 상체만 180도 돌려 냉장고를 안전하게 내려놓았다.
#2.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선 ‘피규어03(모델명)’은 밀려드는 택배 상품을 분류하느라 분주하다. 포장된 택배를 분류하고, 운송장을 아래 방향으로 돌려 놓고 컨베이어 벨트로 하나씩 흘려보낸다. 피큐어03은 지난 14일 작업을 시작해 닷새 넘게 한숨도 쉬지 않고 분류 작업 중이다. 19일 오후 4시(한국시간) 기준으로 134시간째 충전 시간 빼고는 휴식도, 퇴근도 없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의 자리에서 ‘진짜 일’을 시작했다. 주인공은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와, 미국 피규어AI의 ‘피규어03’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18일(현지시간) 아틀라스의 시연 영상을 공개하며 “대규모 시뮬레이션 기반 강화학습을 통해 새로운 동작을 빠르게 학습해 나가고 있다”며 “전신 제어 능력과 외부 물체를 다루는 능력을 완벽히 갖췄다”고 자평했다. 아틀라스는 최대 45㎏의 냉장고를 운반하는 데도 성공했다. 피규어AI는 ‘피규어03’의 택배 분류 작업을 유튜브로 생중계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작업 속도에 접근하고 있다”며 “고장 날 때까지 생중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주목받는 것은 산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기 위험하거나 근골격계 부담이 큰 작업, 숙련 인력 확보가 어려운 현장에 휴머노이드가 우선 투입되면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도 드러나고 있다. 실제 피규어AI가 완벽했던 것만은 아니다. 상자가 겹치거나 위치가 조금 어긋나면 동작을 멈추고 한참이 지나서야 작업을 재개했다. 물품을 꺼내다 말고 갑자기 멈춰 서서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부자연스러운 모습도 연출됐다.
안전 이슈도 있다. 휴머노이드는 일반 산업용 로봇과 달리,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움직인다. 시스템 오류나 오작동이 발생할 경우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혁렬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일부 보완해야 할 점들이 있지만, 이번 피지컬 AI 시연은 산업 현장 투입 측면에서 거대한 ‘돌파구’를 맞이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틀라스는 올해 3분기 미국 로봇메타플랜트어플리케이션센터(RMAC)에서 ‘실전 트레이닝’에 돌입한다. 각종 데이터와 돌발 변수를 학습하기 위해 일종의 ‘인턴사원’으로 취업하는 것이다. 실전 압축 훈련을 마치면 2028년 미국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공장을 시작으로, 2029년 기아 조지아 공장 등에 순차적으로 투입된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미국에 연 3만 대 규모의 아틀라스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초기 물량 2만5000대를 현대차·기아 공장에 ‘취업’시킬 계획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조립 공정 중 작업자에게 가장 힘들고 가혹한 공정에 우선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도어·변속기·섀시·타이어 장착 등 무거운 부품을 반복적으로 조립하는 핵심 공정까지 로봇이 도맡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