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상승 출발했지만 장 초반 하락 전환했다. 뉴스1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한국 증시에서 90조원 넘게 순매도했지만, 정작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오히려 상승하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AI)·반도체 등 핵심 주도주 비중을 유지한 채 비주도주만 집중 처분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20일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91조129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코스피 ‘7000 시대’ 진입 직후인 지난 7일부터는 9거래일 연속으로 41조원 넘는 매물을 쏟아내며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지분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 보유 비중은 지난해 말 36.28%에서 지난 19일 기준 39.43%로 3.15%포인트 높아졌다.
미래에셋증권 김석환 연구원은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도에도 AI·메모리 반도체 등 핵심 주도주는 유지하면서 해당 종목들의 폭등이 지분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즉 외국인이 시장 전체를 떠난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종목을 정리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초강세 주도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압축했다는 의미다.
하나증권 이경수 연구원도 “외국인은 오히려 한국 주식 비중 확대를 용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분율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이 연초 수준의 지분율을 유지하려 했다면 올해 순매도 규모는 230조원 수준이 됐어야 한다”며 현재 매도 규모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 중심의 상승세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개인 투자자들은 현물과 ETF를 통해 외국인 매물을 대부분 받아내며 증시 상승을 떠받치고 있지만,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 의존도가 높아 증시 조정 시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증시 안정을 위해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실질적 매수세 전환, 반도체 외 업종의 실적 개선, 변동성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편 시장에서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외국인 수급이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합뉴스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5월 리뷰에서 MSCI 신흥시장(EM)내 한국 비중이 15.4%에서 21.7%로 급격히 상향되면서 패시브자금 등의 추가 매수 유인이 생겼고, 6월 중순으로 예정된 MSCI 선진지수 편입에서도 한국은 60% 확률로 긍정적 결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