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물로 꼽혔던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 안보 분야의 합의 이행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수주 내로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실무그룹 출범을 위해 방한한다고 알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명록 작성 모습을 보고 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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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7개월만에…“킥오프 회의 개최할 것”
미 국무부와 한국 외교부는 이날 워싱턴에서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의 회담을 마친 뒤 “안보 및 경제 협력을 포함한 한·미 간 폭넓고 지속적인 동맹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이어 “후커 차관이 향후 몇 주 내 부처 대표단을 이끌고 서울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때 합의된 사항을 지속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양자 실무그룹을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를 “안보 분야 (합의) 이행을 위한 ‘킥오프(출범)’ 회의 개최”라고 표현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왼쪽)과 앨리슨 후커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이 1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외교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3500억 달러(528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핵잠 도입 등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안보 분야 협의는 7개월째 사실상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후커 차관은 실무그룹 출범 계획과 관련 “양국 간 무역 및 산업 파트너십의 지속적인 진전을 기대한다”며 대미투자 등 경제분야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외교부는 7개월만에 첫 회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한 협의 기구의 역할을 안보 분야로 특정하며 미국과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미국 해군 로스엔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 '그린빌함'(SSN-772·6900톤급)이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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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우선 순위’…대통령까지 나섰다
한·미가 공동 설명자료를 냈지만, 양측의 우선순위는 다르다. 미국의 입장에선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이 선결 과제이고, 한국의 입장에선 핵잠 및 원자력 협정 개정이 더 중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정부는 지난 1월 외교·국방 및 유관부처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하는 범정부 협의체를 가동하려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투자 지연을 이유로 한국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여러차례 만나 관세 위협은 진화했지만, 안보 분야 합의 이행을 위한 미국 대표단의 방한은 계속 지연됐다. 이날 킥오프 회의가 열릴 예정이라고 밝힌 ‘몇 주 후’는 다음달 18일쯤이다. 대미 투자의 근거가 되는 ‘대미투자특별법’이 발효돼 ‘1호 대미투자 대상’을 발표해야 할 시점과 거의 맞아떨어진다.
지난해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미 대통령 집무실)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정상회담에 배석한 한국 측 참모들. (앞줄 오른쪽부터)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뒷줄 오른쪽부터)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강경화 주미한국대사 내정자,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백악관
이날 한·미가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기 직전인 지난 17일 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약 30분간 통화했다. 청와대는 “미·중 정상회담 결과와 한반도 문제, 중동 정세 및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후속 이행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의 직접 소통은 정상회담 이후 200일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톱다운’ 방식을 통해 양 정상이 조속한 합의 이행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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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전’ 나선 정부…측근 주한대사 역할 주목
정부는 안보 합의를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속도전에 나선 분위기다. 미국 조야는 핵잠 건조와 우라늄 농축 등과 관련해 비확산 기조가 강하다. 실제 문재인 정부 때도 트럼프 대통령과 핵잠 도입을 논의하다 조야의 반대로 무산됐던 전례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2025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엔 공식 문서를 통해 핵잠 건조 등에 대해 합의했다. 문제는 이란 전쟁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는 미국 국내 상황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단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년 4개월간 공석이던 주한 미국대사에 자신의 측근인 한국계 미셸 스틸(한국명 박은주·71) 전 하원의원을 지명했다. 스틸 지명자가 20일 청문회를 거쳐 주한대사에 부임할 경우 산적한 경제 및 외교·안보 이슈를 돌파할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그룹으로 분류되는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18일 본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주한 미국대사 가운데 대통령과 언제든 통화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한국의 입장에선 특히 핵잠 도입 등을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셸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와 무역”이라며 안보 분야의 합의 이행을 위해선 대미 투자 등이 선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3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주한미국대사 후보자로 한국계 미셸 스틸(한국명 박은주) 전 연방 하원의원을 지명했다. 사진은 2024년 11월 4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부에나파크에 위치한 선거 사무실에서 미셸 박 스틸 당시 공화당 하원의원이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실제 이날 박 차관을 만난 후커 차관도 “미국은 양국 간 무역 및 산업 파트너십의 지속적인 진전을 기대한다”며 “미국 기업에 대한 공정한 대우 및 시장 접근 장벽의 신속한 해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 프로젝트 발표에 차질이 생기거나 쿠팡 문제 등과 관련한 이견이 불거질 경우 안보 협의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