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7월 동안 ‘도시의 검은 폭군’이라 불리는 큰부리까마귀에 대한 '주의보'를 내렸다. 이 시기 새끼를 보호하는 습성 때문에 인근의 행인이 공격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까마귀는 자신을 위협한 사람을 오랫동안 기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시민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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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부리까마귀 대응요령…“모자 착용”
지난 2023년 7월경 올라온 유튜브 영상. 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하고 있다. 직접 피해보단 위협때문에 넘어지는 등 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큰부리까마귀는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에 넓게 분포한다. 유튜브 캡처.
지난해 5~6월 소셜미디어(SNS)에는 주택가 등에서 새가 날아와 행인의 머리를 치고 가는 영상이 속속 올라왔다. 놀라 머리를 감싸 쥐고 피하면 등 뒤로 날아와 목덜미를 다시 공격하기도 했다. 공격당한 시민들은 “주먹으로 한 대 맞은 것 같다” 등의 소감을 밝혔다.
이 새의 정확한 이름은 큰부리까마귀다. 검은 광택이 나는 50~60㎝의 몸집에 두툼하고 큰 부리 등이 외형적인 특징이다. 한국에서 사는 까마귀 중 몸집이 가장 큰 종으로, 도심에서 자주 마주친다.
매년 이런 공격 사례가 반복되자, 20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민 안전 행동 요령을 안내했다. 이에 따르면 큰부리까마귀와 가까이 있는 상황에선 우산이나 모자 등을 착용하는 게 좋다.
특히 기후부는 시민들에게 가급적 큰부리까마귀와 직접 눈을 맞추지 말라고 당부했다. 사람의 시선을 위협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김경석 기후부 생물다양성과장은 “까마귀를 유인할 수 있는 음식물을 노출하지 말고 경고 표지가 있는 위험 구간은 신속하게 지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까마귀의 공격을 피하다가 넘어지거나 차에 치이는 등 '2차 피해'도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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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보호 때문…동료들과 ‘위험인물’ 얼굴 공유
전신주 위에 앉아있는 큰부리까마귀. 이마가 직각이고 부리가 두툼한 게 특징이다. 아프가니스탄 동부부터, 중국, 러시아, 필리핀 등 넓게 서식하며 죽은 동물의 사체, 낟알 등을 먹는 잡식성이다. 원래는 산림·숲 지대에 주로 살지만, 농촌·도시에서도 잘 적응한다. 국립생물자원관.
이 시기 큰부리까마귀가 공격성을 띠는 건 새끼 때문이다. 매년 5월은 새끼가 독립을 준비하는 시기다. 아직 비행이 서툴러 사람이 지나다니는 지면 가까이에 머문다. 부모 새는 둥지나 새끼 주변으로 접근하는 사람을 위협으로 여기고 강한 방어 행동을 한다.
까마귀가 위협한다고 해서 맞대응해선 안 된다. 물건을 던지거나 막대기를 휘둘러도 안 된다. 까마귀가 자신을 위협한 사람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나중에 보복할 수도 있어서다.
2010년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까마귀가 사람의 얼굴을 기억한다고 결론 내렸다. 특정 가면을 쓴 사람이 까마귀 7마리를 포획해 표시를 남기고 풀어줬는데, 5년 후 이들 7마리뿐 아니라 더 많은 까마귀가 이 가면을 쓴 사람을 향해 공격적인 행동을 했다. 연구팀은 까마귀가 위험 대상 정보를 동료들과 공유한다고 결론 내렸다.
최유성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는 “이젠 도심에도 까마귀가 살기 좋은 녹지와 먹이가 많아졌다”며 “사람과 공존을 위해 행동을 분석하는 등 과학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