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후 사실상 美겨냥 메시지…전쟁중단·에너지 및 공급망 안정 강조
中고사 등 인용해 중러 결속의지 재확인…"시련에도 굳건하게 협력"
시진핑, 푸틴과 반서방 목소리…"중러, 일방적 괴롭힘 반대해야"(종합2보)
정상회담 후 사실상 美겨냥 메시지…전쟁중단·에너지 및 공급망 안정 강조
中고사 등 인용해 중러 결속의지 재확인…"시련에도 굳건하게 협력"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김현정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다극 세계질서를 강조하며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반(反)서방 연대를 과시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현재 세계는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의 해악이 심각하고, 다시 약육강식 정글의 법칙으로 퇴보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세계 다극화와 새로운 국제관계 제창에 관한 공동성명' 채택을 발표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대국의 사명을 확고히 이행해야 한다"며 "모든 일방적 괴롭힘과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행위에 반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그간 관세 제재와 기술 통제 등으로 중국을 압박해 온 미국 주도의 서방 질서를 사실상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기 행정부 들어 자국 우선주의를 줄곧 내세웠고 중국은 이를 '일방주의'로 규정한 바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월말 발발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중동 전쟁에 대해서는 조속한 종전을 통한 에너지 및 공급망 안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중동과 걸프 지역 상황이 전쟁에서 평화로 전환되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며 "전면적인 전쟁 중단은 한시도 미룰 수 없고 전쟁 재개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협상을 견지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쟁이 조속히 진정되는 것은 에너지 공급의 안정, 산업망·공급망의 원활한 흐름, 그리고 국제 무역 질서에 대한 교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러시아에 대해서는 강력한 협력 관계임을 거듭 강조했다.
시 주석은 올해가 중러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수립 30주년이자 '중러 선린우호협력조약' 체결 25주년임을 언급하며, 혼란스러운 국제정세에도 전략적 우호 관계가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는 수많은 시련과 타격에도 굳건하게 정치적 상호 신뢰와 전략적 협력을 끊임없이 심화했다"며, 양국 정상이 회담을 통해 선린우호협력조약을 연장하기로 했으며, 양측이 정상 간 공감대를 잘 이행해 상호 신뢰 기반과 협력 성과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중러 결속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중국의 고전 시문과 마오쩌둥 전 주석이 쓴 시의 한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가장 먼저 청나라 시인 정섭(鄭燮)의 시 '죽석'(竹石)의 '천마만격환견경'(千磨萬擊還堅勁)을 언급했다. 이는 대나무가 온갖 바람과 압박에도 꺾이지 않는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외부 시련과 타격에도 굳센 의지를 의미한다.
이어 당나라 시인 왕지환(王之渙)의 '등관작루'(登鸛雀樓) 구절인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도 인용했다. 직역하면 '한 층 더 올라간다'는 뜻이지만, 원문에서는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해서는 도약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쓰였다.
또한 1963년 12월 출판된 '마오쩌둥 시사'(詩詞)에 등장하는 '난운비도잉종용'(亂雲飛渡仍從容) 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이는 "어지러운 구름이 날아가도 여전히 침착하다"는 의미로, 혼란한 정세 속에서도 양국이 전략적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이밖에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그 일행에 대한 환영의 뜻을 밝히며 이들을 향해 '친구들'(朋友們)이라는 호칭을 사용해 이목을 끌었다.
주요 지도부가 배석한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그는 "쌍방의 정치적 상호 신뢰가 끊임없이 심화하고, 경제무역·투자·에너지·과학기술·인문·지방 간 협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며, 민심 소통이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며 양국 관계를 치켜세웠다.
공동성명식 후 마련된 기자회견에서는 양국 관계를 '역사상 최고 수준', '신형 대국 관계의 모범'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성과를 부정하고 파시즘과 군국주의를 미화하려는 도발 행위에도 반대해야 한다"며 작년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유사시 대만 개입' 발언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한 일본을 우회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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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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