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28·사진)의 얼굴과 표정엔 ‘피곤’이란 단어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최근 두 달 간 쉼없이 이어 온 ‘살인적 스케줄’ 때문이다. 지난달 마스터스 이후 단 한 주도 대회를 거르지 않았다. 남은 일정까지 더하면 무려 9주 연속 출전이다. 그 사이에 한국도 한 번 다녀갔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간판 선수치고는 무리하다 싶을 정도의 강행군이다.
왜 이렇게 쉼 없이 달릴까. 더CJ컵 바이런 넬슨 출전을 앞두고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크 랜치에서 만난 임성재는 “개막을 앞두고 손목을 다쳐 두 달을 쉬었다. 지금은 몸이 버텨준다면 대회에 꾸준히 나가는 게 맞다”면서 “플레이오프까지 3개월 정도 남았다. 그전까지 페덱스컵 포인트를 최대한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친 임지택(61)씨는 “한두 대회 정도는 쉬어도 좋을 듯한데 아들이 고집을 꺾지 않는다”고 걱정 반, 응원 반의 심경을 토로했다.
PGA 투어 진출 9년차인 올 시즌 출발은 좋지 않았다. 직접 밝혔듯 손목 부상으로 1·2월 대회를 모두 건너뛰었다. 가까스로 3월에 복귀했지만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선 잇달아 컷 탈락했다. 이어진 발스파 챔피언십에서 다행히 감을 되찾았다. 공동 4위로 선전했고, 지난 11일 막을 내린 트루이스트 챔피언십에서도 우승권에서 경쟁하다 공동 5위로 마무리했다. 임성재는 “손목 상태가 좋아지면서 경기력이 올라왔다”고 했다.
임성재는 지난 몇 년 간 한국 남자골프의 대들보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투어 챔피언십(플레이오프 최종전) 무대에 8년 연속 오르려면 현재 59위인 페덱스컵 포인트 순위를 30위권 안쪽으로 끌어올려야 안정적이다. 최근 3년 간 순위는 24위와 7위 그리고 27위였다. 임성재는 “메인 스폰서가 주최하는 더CJ컵이야말로 좋은 성적으로 포인트를 쌓을 기회다. 경기력과 결과 모두 기대하는 만큼 나와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는 임성재를 비롯해 김시우(31)와 이경훈(35)·노승열(35)·김주형(24)·배용준(26) 등 한국 선수 6명이 출전한다. 정상에 오르려면 디펜딩 챔피언이자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30·미국)를 넘어야 한다. 폭풍우가 쏟아진 19일, 셰플러는 연습을 하루 거르고 휴식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