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계에도 나름 전설이 있다. 교도소를 드나든 마약사범들 사이에서 최정옥(37)은 경외의 대상, 설명이 필요 없는 존재다. 탈북 여성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30대에 수년간 인터폴 수배를 피해 동남아 범죄조직의 정점에 섰던 여자. 인터폴이 붙인 공식 호칭은 ‘동남아 3대 마약왕’이었다.
최정옥이 붙잡힌 건 2022년 1월이었다. 장소는 범죄단지로 악명 높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한 아파트. 마약왕의 시대는 그렇게 막을 내리는 듯했다.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리며 국내에 마약을 유통시킨 탈북민 출신 최정옥이 국내로 압송되는 모습. 사진 경찰청
그런데 최근 2년 전부터 묘한 소문이 돌았다. 경기 의정부교도소에 수감된 최정옥이 다른 교도소의 60대 마약사범과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상대는 마약 전과 15범에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교도소에서 날린 임모(61)씨. 마약계에서도 손꼽히는 중독자였다. 얼굴색은 누렇고 훤칠한 이목구비는 아니었다고 하는데, 정작 최정옥은 그의 얼굴조차 본 적이 없었다.
2023년 처음 편지를 주고받게 된 둘은 나이 차이가 무색하게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처음엔 임씨더러 ‘사장님’이라고 부르던 최정옥은 곧이어 ‘오빠’라고 하더니 나중엔 ‘사랑하는 여보’라 불렀다.
" 여보야, 내가 자신감도 있고 자존심도 세고 고집도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다 양보하고 사는 성격이에요. (중략) 그 어떤 여자들보다 당신을 사랑할게요. 우리 혼인신고도 해요. "
최정옥이 임모씨에게 애정을 담아 보낸 서신. 앞서 임씨가 전처와의 갈등을 토로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에 최정옥은 ‘우리 과거에는 매달리지 말고 새롭게 시작합시다. 내가 당신이 만났던 그 어떤 여자들보다 더 많이 사랑할게요’라고 답했다.
잘 때 속옷을 입느니 마느니 하는 낯뜨거운 성적(性的) 얘기부터, 나가면 예쁘게 살자는 애틋한 미래의 약속까지….
2년간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는 무려 770여통.
그런데 왜 30대 마약왕 최정옥은 얼굴도 모르는 노령의 마약 중독자와 ‘옥중 부부’가 되려고 했을까.
이 이야기는 마약사범들의 기괴한 막장 연애담만이 아니다. 간 큰 범죄자들이 국가가 가둔 교도소에서 감시를 비웃으며 벌인 범죄 기록이다.
〈뉴스페어링〉은 월간중앙 안덕관 기자가 단독 입수한 교도소 서신, 검찰 수사기록, 접견 녹취록 등 3600장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최정옥이 벌인 옥중 비즈니스 전말을 추적했다.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가. 철창 안에서 피어난 사랑과 조종, 배신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