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 상원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자. 로이터=연합뉴스
신임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상 버튼을 누를까. 연준 내부 기류, 채권 금리 환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까지 조건이 한층 무르익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워시는 22일(현지시간) 연준 의장에 취임한다. 취임식은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트럼프가 주재한다. 연준 의장이 백악관에서 취임식을 갖는 건 39년 전인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앨런 그린스펀 의장을 임명했을 때가 마지막이다. 이후로는 연준 본부에서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채 열렸다. WP는 “연준 의장 인사에 대한 트럼프의 개인적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세계의 중앙은행장’으로 불리는 연준 수장으로서 워시가 맞닥뜨린 환경은 만만치 않다.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인공지능(AI) 테마가 주도하는 증권시장 과열 우려까지 겹친 ‘복합 위기’ 상황이라서다. 과거 ‘매파(hawk·통화 긴축 선호)’로 분류됐지만 변심했다는 평가를 받는 워시가 금리 향방을 어디로 돌릴지가 최대 관심사다.
워시가 받아든 첫 연준 보고서는 금리 ‘인하’와 거리가 멀다. 오히려 ‘동결’을 넘어 ‘인상’을 압박하는 기류다. 연준이 20일 공개한 지난달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 다수(majority)가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를 지속해서 웃돌 경우 일부 통화 긴축(policy firming)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준이 올해 금리 인상, 즉 매파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3.8% 올랐다. 2023년 이후 최고치다. 짐 라캠프 모건스탠리 수석 부사장은 CNBC에 “올해 초만 해도 모두가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그것이 증시 강세론의 핵심이었다”며 “이제는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을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권 금리도 과열 신호를 보내고 있다. 19일 뉴욕 채권 시장에서 30년물 미 국채금리가 한때 5.189%까지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7년 7월 이후 약 19년 만에 최고치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불리는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 굳이 위험한 주식에 투자할 유인이 떨어진다. 주택(대출) 시장과 소비가 위축하고, 기업의 차입 부담도 증가한다. 치솟는 채권 금리가 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마저 변심할 기류가 보인다. 트럼프는 19일 워싱턴이그재미너 인터뷰에서 워시 체제에서 금리 인하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워시가 원하는 대로 일하도록 둘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제롬 파월 의장 시절 거듭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한 행보와 대조적이다.
시장 전망은 이미 빠르게 돌아섰다. 20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12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올릴 확률은 51.1%다. 한 달 전 같은 조사에서 확률이 ‘제로’에 가까웠던 데서 빠르게 뒤집혔다. 내년 3월 FOMC까지 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67.5%에 이른다.
로이터 통신은 “워시의 첫 과제는 6월 16~17일 FOMC에서 금리 인상론의 확산을 막는 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페드워치는 워시가 주재하는 첫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96.8%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