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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싸이월드’ 투자자 명단에 방시혁 등장한 이유는? [월간중앙]

중앙일보

2026.05.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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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입수] K-팝 대부 방시혁 하이브 의장 둘러싼 끝없는 잡음

‘씨그널 주가조작 주범’ 김모씨 등 2021년 ‘싸이월드제트’ 설립
투자 참고 지분 현황 자료 주주 명단에 ‘포에이오는 방시혁’ 명시

지난해 10월 29일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개회식에서 방시혁(왼쪽) 하이브 의장과 방탄소년단 RM(오른쪽)이 하이브 홍보부스를 관람하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9일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개회식에서 방시혁(왼쪽) 하이브 의장과 방탄소년단 RM(오른쪽)이 하이브 홍보부스를 관람하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 신화를 만든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방 의장 측이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19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가운데, 2018년 상장폐지된 코스닥 상장사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씨그널엔터)’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모씨 측 사업과 연결된 정황이 추가로 포착됐다.

방 의장은 그간 씨그널엔터 사태 이후 김씨와 관계를 정리했다는 취지로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월간중앙〉 취재 결과, 김씨 측이 2021년 추진한 싸이월드 재건 사업 과정에서 방 의장 이름이 다시 등장했다. 김씨 측이 투자 유치 과정에서 모 시중은행의 요청으로 작성한 싸이월드제트의 지배구조와 투자자 현황 등이 담긴 내부 자료를 통해서다.

월간중앙이 단독 입수한 해당 자료에는 방 의장과 관련된 투자 설명 및 자금 거래 내역 등이 담겼다. 문건이 실제 거래 관계를 반영한 것이라면, 씨그널엔터 사태 이후 김씨와 관계를 끊었다는 방 의장의 기존 해명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방 의장의 이름이 등장한 건 그의 전공과 거리가 먼 분야였다. 한때 국민적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토종 SNS인 싸이월드 재건사업에서다. 싸이월드는 2000년대 초까지 35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했으나,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침을 겪다가 2019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후 2021년 신규 법인 싸이월드제트가 사업권을 인수하며 서비스 재개와 투자 유치에 나섰다. ‘국민 SNS 부활’ 기대감이 커지던 시점이었다.



싸이월드 재건 ‘주주명단’에 이름 올린 방 의장

싸이월드 재건을 주도한 싸이월드제트의 실질 사주는 ‘제이슨(Jason)’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했던 김모씨였다. 그는 씨그널엔터 상장폐지 이후 종적을 감췄었다. 김씨의 처남 이모씨가 사내이사로 싸이월드제트 실무를 맡았다.

방 의장의 이름은 이들이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언급됐다. 월간중앙이 확보한 싸이월드제트 자본현황 문서에는 주주별 소유주식 수가 정리돼 있다. 최대 주주 케이티에스파트너스(26.09%), 김씨 처남 이씨(16.52%), 베타랩스(21.74%) 등과 함께 포에이오컴퍼니(8.7%)가 주주로 기재돼 있다. 눈길을 끄는 건 포에이오컴퍼니 주석에 적힌 괄호 안 메모다. 주석란에는 “포에이오는 방시혁”이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

해당 문건은 포에이오컴퍼니 대표이사이자 싸이월드제트 사내이사를 맡았던 이씨가 모 시중은행 핀테크 담당자에게 전달한 메일에 첨부됐던 것이다. 이씨는 방 의장의 투자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라며 포에이오컴퍼니 거래내역확인증도 함께 전달했다. 거래내역확인증에는 2021년 4월 8일 동일 계좌로 5억원씩 세 차례, 총 15억원이 입금된 내역이 담겨 있다.

같은 메일의 별첨 ‘방시혁 회장의 투자 관련 설명’에는 추가 설명도 담겼다. “포에이오컴퍼니는 대표이사 이OO 법인입니다. 다만 RCPS(상환전환우선주) 10억을 방시혁 하이브(전 빅히트엔터) 회장이 포에이오컴퍼니 명의로 납입한 것입니다. 방시혁 회장이 투자한 것은 주주 간 약정으로 비밀보장된 것이니 절대 외부로 공개되면 안 됩니다.”

김씨 측은 투자 유치 과정에서 모 시중은행의 요청으로 싸이월드제트의 지배구조와 투자자 현황 등이 담긴 내부 자료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자료에는 방 의장과 관련된 투자 설명 및 자금 거래 내역 등이 담겼다.

김씨 측은 투자 유치 과정에서 모 시중은행의 요청으로 싸이월드제트의 지배구조와 투자자 현황 등이 담긴 내부 자료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자료에는 방 의장과 관련된 투자 설명 및 자금 거래 내역 등이 담겼다.

김씨 측은 방 의장의 명성을 이용해 투자 유치를 꾀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싸이월드제트는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 구상을 발표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엔 성공했지만, 사업성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K-팝 대표 기업인 하이브를 일군 방 의장이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사실은 IB 업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호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싸이월드제트는 이후 자체 거버넌스 암호화폐인 ‘도토리(DOTORI)’ 코인을 발행하며 출시에 의욕을 보였지만, 운영사 간 법적 분쟁 등을 겪으며 차일피일 출시가 미뤄졌다. 싸이월드제트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한 싸이커뮤니케이션즈는 2025년 하반기에 ‘뉴 싸이월드’를 정식 출시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방 의장이 이 사업에 투자자로 참여했다고 해서 그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다. 문제는 해당 문건이 작성된 시점이다. 거래내역확인증에 기재된 날짜는 2021년 4월, 하이브가 코스피에 상장한 지 약 반년 뒤다. 하이브 측은 과거 씨그널엔터 사태 이후 방 의장이 김씨와 관계를 정리했다고 설명해왔다. 해당 문건이 실제 거래 관계를 반영한 것이라면 씨그널엔터 사태 이후에도 양측이 사업적으로 관계를 지속했다고 볼 수 있어서다.

김씨 측이 방 의장의 이름을 독단적으로 활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방 의장이 포에이오컴퍼니 측에 자금을 납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이브 관계자는 “방 의장 개인과 관련한 사안은 회사 차원에서 확인하기 어렵다”며 “포에이오컴퍼니라는 회사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한편 포에이오컴퍼니는 2020년 설립된 법인으로, 과거 배우 김윤석·고현정 등이 소속됐던 화이브라더스코리아 경영권 거래 과정에서도 등장했던 회사다. 당시 별다른 사업 실적이 없는 상태에서 화이브라더스 지분 인수에 나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씨그널엔터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꼽히는 김씨는 2021년 싸이월드 서비스 재개를 추진한 싸이월드제트의 실질 사주로 알려졌다. 사진은 싸이월드제트가 2022년 7월 공개한 메타버스 플랫폼 싸이타운. [중앙포토]

씨그널엔터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꼽히는 김씨는 2021년 싸이월드 서비스 재개를 추진한 싸이월드제트의 실질 사주로 알려졌다. 사진은 싸이월드제트가 2022년 7월 공개한 메타버스 플랫폼 싸이타운. [중앙포토]



1만 명 개미 피해 본 ‘씨그널엔터 주가조작’

방 의장과 김씨의 인연은 과거 씨그널엔터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 의장은 씨그널엔터가 사명을 변경하고 엔터 사업에 본격 진출하기 직전이던 2015년 2월 씨그널엔터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씨그널엔터는 2015년 3월 공시를 통해 ‘사업다각화 및 신규 사업 진출 목적으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타업인 출자를 추진 중이며, 실사가 완료된 상태로 구체적인 조건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씨그널엔터는 상장폐지되며 1만 명이 넘는 개인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혔다. 김씨는 2019년 7월 씨그널엔터를 무자본 인수한 뒤 “중국계 투자회사가 최대 주주가 됐다”는 허위 공시로 주가를 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저축은행과 사채업자에게서 112억원을 빌려 타 기업 상호까지 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씨가 이 과정에서 171억원 상당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판단했다. 김씨는 2020년 7월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했으며 현재까지 수배 상태다.

씨그널엔터 주가조작 사건 판결문에는 방 의장이 김씨 요청으로 씨그널엔터 사내이사에 선임되는 과정도 담겨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2015년 1월 방 의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최대 주주 측이 나의 차명 이사 선임을 싫어한다”며 사내이사직을 권유했다. 이후 방 의장은 같은 해 2월 5일 주주총회에서 씨그널엔터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빅히트 전환사채(CB) 60억원어치를 인수한 씨그널엔터는 추가로 50억원 투자도 추진했다. 양사 간 광고 사업권 계약도 논의됐다. 방 의장 역시 5억원 규모 씨그널엔터 전환사채를 인수했다. 같은 해 5월 방 의장이 김씨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구주 매입 계약금과 빅히트 자금이 씨그널 통장에 꽂히는 정확한 날짜를 알려달라”며 추가 투자를 독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2015년 5월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은 공시를 통해 빅히트 (현 하이브) 전환사채 60억원 규모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사진 전자공시시스템 공시 캡처]

2015년 5월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은 공시를 통해 빅히트 (현 하이브) 전환사채 60억원 규모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사진 전자공시시스템 공시 캡처]

김씨는 씨그널엔터 이외에도 다수 코스닥 상장사 경영권 거래와 주가조작 의혹에 반복적으로 등장해온 인물이다. 서울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증권·M&A 업계를 거쳐 예당엔터테인먼트 재무이사로 엔터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이가엔터테인먼트 부사장, 팬텀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을 지냈다. 팬텀엔터는 신동엽·유재석·김용만 등이 소속됐던 대형 엔터사였지만, 주가조작 의혹이 잇따랐고 결국 2009년 상장폐지됐다. 김씨는 팬텀엔터 운영자금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1900억 부당이득 의혹 수사 어디까지

현재 수사당국은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불거진 ‘1900억원대 부당 이득 의혹’과 관련해 방 의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없다”고 설명한 뒤 측근 사모펀드에 지분을 넘기게 하고 이후 상장을 추진했다는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받는다.

방 의장 측근이 설립한 사모펀드 특수목적법인(SPC)이 기존 투자자들의 지분을 인수한 뒤 하이브는 코스피에 상장돼 첫날 ‘따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방 의장은 약 1600억원, 측근들은 약 300억원 규모 이익을 거둔 것으로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4월 21일 방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검찰에 처음 신청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4월 24일 영장을 반려했다. 경찰은 엿새 만인 4월 30일 구속영장을 재신청했지만, 검찰은 5월 6일 다시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영장을 반려했다.

검·경 간 미묘한 긴장감도 감지된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방 의장을 검찰에 고소하자 경찰은 중복 수사 우려를 이유로 사건 이송을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남부지검은 사건을 경찰이 아닌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에 배당했다.

하이브 수사 상황에 정통한 한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방 의장에 대한) 주한 미국 대사관의 출국금지 해제 요청 이후 급하게 영장청구를 한 것처럼 비쳐질 수 있지만, 사실 지난해 11월에도 (영장청구를) 태핑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며 “경찰이 법리 검토와 판례 분석을 충분히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 특사경도 지난해 12월 방 의장 자택과 하이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특사경은 하이브 신규투자자(방 의장 측근이 설립한 SPC)의 이익이 방 의장 측 이익으로 연결됐는지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다정 월간중앙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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