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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저 요새 청소해요” 임원 때려치고 하루 45만원 번다

중앙일보

2026.05.22 14:00 2026.05.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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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골프 열심히 치시나 봅니다. "

퇴직 전 막역했던 거래처 사장님을 우연히 만나 반갑게 악수를 하자 사장님은 웃으며 이렇게 말을 건넸다. 내 손바닥의 딱딱한 굳은살이 느껴진 모양이다.

" 아녜요. 저 요새 청소합니다. 장비 잡다 굳은살이 박혔네요. "

내 대답에 그분은 깜짝 놀라더니 연신 “대단하시다”고 엄지손가락을 추어올렸다. 나는 내친김에 “저는 이제 ‘청소하는 김언일’입니다”라며 새 명함을 건네고는 활짝 웃었다.

난 LG생활건강에서 부장·팀장, 한국콜마 등 화장품 중견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하다 51세에 자발적 퇴사를 했다. 그리고 3~4개월의 준비 과정을 거쳐 지금은 1인 청소업자가 됐다.
김언일 희빛클린 대표가 고객의 집을 방문해 침대 매트리스의 뒷면까지 청소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김언일 희빛클린 대표가 고객의 집을 방문해 침대 매트리스의 뒷면까지 청소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내 변신에 가족과 지인들은 모두 당혹스러워했다. 비즈니스 정장 차림에 까만 법인 차량을 타고 다니던 아빠 모습에 익숙한 중학생 딸은 청소 장비를 든 날 보더니 “아빠가 왜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내 역시 “평생 책상 앞에서 일해온 당신이 몸 쓰는 일을 할 수 있겠어요?”라고 걱정했다. 몇몇 지인은 내 모습을 일종의 ‘신분 추락’으로 여겨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내겐 다 계획이 있다. 내게 청소는 ‘기회의 땅’이다. 직장생활을 통해 배운 모든 역량, 앞으로의 시간·땀·정성을 다 쏟아부어 이 분야에서 이루고 싶은 나만의 꿈이 생겼다.

화장품 회사 임원에서 청소부 된 사연

문득 내 주변을 둘러봤다. 카펫·소파·커튼…. 매트리스처럼 매번 세탁할 수 없는 대형 패브릭 제품이 널려 있었다. “집집마다, 사무실마다 소파·매트리스·카펫이 다 있는데, 한국엔 이 물건들을 청소한다는 개념이 잘 없구나. 이 시장을 잡으면 꽤 크겠는데”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이 시기, 직장에선 실적 압박이 엄청났다. LG생활건강에서 일하다 중견 화장품 기업의 임원으로 이직한 시점이 하필 코로나19 절정기였다. 언택트, 재택근무가 뉴노멀이 되면서 화장품 판매량은 고꾸라졌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예년 실적을 달성하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매출 압박에 스트레스는 날로 가중됐다. 퇴근해도, 잠자리에 들어도 업무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불면증과 불안 증상 등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김언일 희빛클린 대표가 고객 집을 방문해 침대 매트리스 세척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김언일 희빛클린 대표가 고객 집을 방문해 침대 매트리스 세척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 사실 퇴직에 대한 고민은 40대 중반부터 머릿속을 떠난 날이 없었죠. 인생 2막을 위해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취득해 놓긴 했는데 부동산 경기도 계속 안 좋잖아요. ‘이거다’ 싶은 분야를 못 찾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청소가 눈에 들어온 거죠. "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당장 그해 말, 회사에 임원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자발적으로 퇴사했다. 그리고 퇴직 첫날부터 청소 교육을 받으러 갔다.

" 사업 아이템을 정해 놓고 퇴사를 했기 때문에 퇴직 우울증이니 뭐니 이런 걸 느낄 이유도, 여유도 없었어요.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했죠. "

청소 관련 자격증도 차근차근 땄다. 현재 내가 가진 청소 관련 민간자격증은 청소전문가(한국자격검정평가진흥원), 에어컨 세척 및 유지·관리 마스터(한국냉난방기유지관리사협회) 등이다.

장비도 하나씩 갖춰나갔다. 에어컨 청소 장비(170만원), 유리창 청소 장비(100만원) 등은 바로 구매했지만, 매트리스 등 패브릭 가구 세척 장비는 800만원이 넘는 고가여서 월 10만원에 렌트해 쓰고 있다. 교육비, 장비 구매 등 다 합쳐도 초기 투자비는 300만원이 채 안 됐다.

(계속)

초기 투자비 단돈 300만원.

물론 수입은 직장 생활을 하던 시기에 비할 수 없이 적다. 하지만 적은 투자비로 월수입 500만원은 안정적으로 벌 수 있다.

“내 삶의 만족도는 100점”

임원도 때려치고 단 3개월 만에 청소업에 뛰어든 김씨. 월 10만원짜리 청소기를 빌려 하루 45만원을 버는 노하우를 아래 링크에서 공개한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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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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